음향 관련 표준기술(AC-3)을 보유한 다국적기업 돌비가 국내 거래업체를 상대로 일방적 계약조건을 강요하거나 비용을 떠넘기는 등 횡포를 부리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경쟁당국이 돌비의 표준계약서와 관련한 제재를 내리는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됐다.
공정위는 국내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각종 불공정거래 조건을 부과한 돌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돌비는 거래업체와의 계약 조건에 “라이선시(라이선스 인가를 받은 거래업체)가 어떠한 방법으로도 특허의 효력 또는 소유를 다툴 수 없다”는 부쟁(不爭) 의무를 부과했고, 거래업체가 특허 유효성을 다투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특허권이 실제 침해되지 않고 침해ㆍ남용 우려만 있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했다.
또한 돌비는 자사가 로열티 관리를 위해 거래업체를 감사하는 비용을 거래업체에 전부 떠넘기는 거래조건을 설정했고, 거래업체가 돌비의 기술을 활용해 이용발명(앞선 발명을 기반으로 별도의 발명을 하는 것)을 하는 경우 그 발명의 이용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공정위 관계자는 “돌비가 세계적으로 이런 내용의 표준계약서를 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른 국가 경쟁당국이 이를 제재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1933년 미국에서 설립된 돌비는 음향 표준기술로 연간 9억달러(약 1조543억원ㆍ2013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다. 돌비가 보유한 기술인 AC-3는 세계 각국 디지털 방송 및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오디오 코딩(자료에 기호를 부여하는 작업) 기술 표준으로 채택되어 있다. 이것으로 돌비가 지난해 국내에서 거둔 로열티 등 수입은 1억9,290만달러(약 2,260억원)에 달한다.
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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