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안 간지 오래되었다. 소위 ‘홍대씬’이라는 곳이 처음 형성되던 90년대 중 후반, 나름 ‘죽돌이’였다. 결코 춤꾼이랄 수 없지만, 강렬한 비트에 맞춰 정신 없이 흔들어대는 막춤엔 일가견 있었다. 일차로 술을 들이켠 다음, 자정 이후 클럽에 들러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대면 왠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어느덧 동틀 녘. 몸도 마음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크게 이완된 상태에서 편의점 컵라면으로 허기를 때우고 귀가하는 게 일종의 코스였다. 이십 대를 그렇게 넘겼고, 삼십 대 중반까지도 빈도수는 줄었을지언정, 틈만 나면 들렀다. 그러다가 익숙했던 클럽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흘러나오는 노래의 비트도 한창때와는 많이 다른 패턴으로 변했다.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지지 않았고, 흥이 나지 않았다. 저절로 발길이 뜸해졌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들른 게 5년 전쯤. 수업 듣던 학생들과 함께 새로 개장한 클럽을 찾았는데, 입구에서부터 북새통이었다. 전에 없던, 소위 ‘민증 까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속으로 뜨끔했다. 아니나 다를까. 양복 차림의 덩치들이 ‘민증’을 보더니 가차 없이 날 들어 올려 길 한 켠에 팽개쳤다. 화가 나기보다 창피했고, 서글프기보다 우스웠다. 동행한 학생들에게 미안했다. 하늘을 봤다. 달이 밝았고, 달도 조금은 늙어 보였다. 섬이 된 기분이었다. 작은 별똥이 하나 떨어지고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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