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치권 논의는 정쟁 머물러
비례 확대로 군소정당 발판 필요
거대 양당의 협소한 구조 깨야
정당의 지역편중 완화 위해선
석패율제 도입도 고려해볼 만
'비례대표 밀실공천' 논란도 여전
국민참여 등 정당 문화 바꿔야
‘지역주의와 거대 양당 구조 타파.’ 대다수 정치학자들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의 대원칙으로 두 가지를 강조한다. 올 2월 중앙선거관리위가 수정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원칙은 실종된 채 각자 기득권을 지키거나 늘리기 위한 정쟁에 머물러 있다. 이래서는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단 한 발짝도 진일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비례대표 확대하면 다당제 기반 정착
중앙선관위는 2월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당의 지역편중 완화방안과 함께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이라는 표현으로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했다.
때문에 정치학자들은 ‘지역주의 해소와 기득권 타파’라는 대원칙을 중심에 두고 여러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주문한다. 중앙선관위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시하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던 다당제에 대한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검토가 우선 거론된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정치 성향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거대 양당이 국회의 의사결정을 모조리 주도하는 현재의 정당구조는 너무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비례 의석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전국 득표율 기준 3% 이상 또는 지역구 5명 이상 당선을 기준으로 하는 비례 의석 배분 방식으로는 제3, 제4의 정당이 출현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비례 의석을 100석으로 늘리면 정당 득표가 3%만 돼도 3석은 확보가 돼 다양한 군소정당의 등장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비례 의석 축소는 그야말로 양당제를 고착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지역구도를 완화할 대안으로 제시된 석패율제 역시 검토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중앙선관위는 ‘같은 시ㆍ도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2명 이상을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추천할 수 있게 한 뒤 지역구 낙선자 중 최다 득표자의 경우, 비례대표로 당선될 기회를 주는 제도’라며 석패율제를 제안했다. 선관위는 제안 이유에서 “열세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정당의 지역편중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공천 방식을 포함한 정당 문화도 개혁
공천 방식 개선 역시 반드시 수반돼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밀실공천’ 논란이 매번 되풀이돼온 비례대표 공천제도의 개선을 우선 과제로 꼽았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당원과 일반국민의 현장투표로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국민공천배심원제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더불어 독일처럼 비례대표 공천심사 과정 녹취록을 의무적으로 선관위에 제출하는 방법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작용을 줄인다면 비례 의석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 또한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고 봤다.
현재 공전하고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학자들은 당장 도입이 어려운 독일식만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크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연동해 당선인을 결정하는 독일식(연동형)과 둘을 각각 독립적으로 선출하는 일본식(병립형)이 있다. 김 교수는 “새정치연합이 ‘플랜B’를 만들어 협상을 시도하라”며 “독일식만이 최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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