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BM시사닷컴, 오사카에 11월 조성
'비행기 구역' 등 23개 체험관 세워
일본 중ㆍ고생에 실생활 영어 교육
일본은 2차 대전 패전국이지만 전후 개발 과정에서는 최대 수혜국이다.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군대를 주둔시켰고 냉전 시대를 거치며 중국, 소련에 대항하기 위한 전초지로서 미국의 원조를 톡톡히 받았다. 그러나 영어만은 예외였다. 전후 경제가 초호황기를 거치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데다 탄탄한 내수시장까지 갖춰 굳이 글로벌화를 외치며 전국민이 영어교육에 안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진출 및 수출 등 업무상 필요한 인력들만 영어를 배웠다.
그런 일본에 한국식 외국어 조기교육이 도입된다. YBM시사닷컴은 11월 일본 오사카에‘오사카 영어마을’(Osaka English Village)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메이드 인 코리아’ 영어마을을 일본 현지에 만드는 것이다. 이 영어마을은 오사카 스이타(吹田)시 반바쿠(万博)기념공원 엑스포시티 안에 세워질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활용한다. 입국 수속 절차를 영어로 체험하는 ‘비행기 구역’(Airplane zone), 영화관에서 발권을 영어로 해보는 ‘영화 구역’(Movie zone) 등 23개 주제별 체험관이 들어선다.
국내 외국어교육업체들 사이에선 전통적으로 중국, 베트남, 중동 등 후발 국가들이 전망 좋은 해외 시장으로 각광 받아 왔다. 뒤늦은 서구화로 영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았고 한국인 교사를 고급 인력으로 봤기 때문에 영어 교육이 상시화돼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YBM은 일본 시장을 겨냥해보자는 역발상을 내놨다. 일본에 부는 ‘영어 광풍’의 조짐을 일찌감치 감지한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20년’을 겪으며 내수 침체가 심화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생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진출 모색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영어구사력과 국제경쟁력을 동일시 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도 이즈음이다. 일본 중산층 사이에선 자식들에 대한 영어교육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초등학교 정규과정에서는 5학년부터 시작하지만 3~5세 대상은 물론 유치원 등에서도 영어교육 붐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열풍에 2020년 개최될 도쿄 올림픽도 호재가 될 전망. 이를 감지한 YBM은 2008년 10월 국내 최초로 초ㆍ중등 영어 교재와 교수법을 일본에 수출하면서 일본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올렸다.
성과도 있었다. ‘렙톤’이라는 이름으로 수출한 YBM의 영어 교육법은 수출 7년 만인 2015년 7월 기준, 700여 개 일본 학원이 도입해 학생을 가르칠 만큼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 3월 따낸 영어마을 운영권도 이런 기존의 성과를 바탕으로 거머쥘 수 있었다. 김지혜 YBM시사닷컴 전략기획팀 대리는 “비영어권국가인 한국의 교육업체가 오사카 엑스포시티를 상대로 운영권을 따낸 데는 한국의 영어교육법을 일본에 도입하려고 꾸준히 노력해왔던 게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장하는 영어마을에서 일본의 중ㆍ고등학생들은 한국식 체험형 영어교육을 받게 된다. 방문을 신청한 중ㆍ고등학생들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1주일 이상씩 영어마을에 머물며 교과서에서 벗어나 실생활에서 영어를 접할 수 있도록 한 운영 방식은 안산 영어마을 등 한국 영어마을의 방식을 그대로 접목한 것이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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