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수장들 말레이시아 속속 집결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하며 각 국의 외교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각 국 외교수장들도 속속 집결하면서 5일부터 한중, 한러 외교장관회담 등도 이어질 예정이다.
3일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에서 하루를 묵은 리수용은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기다리는 국내외 언론들을 피해 VIP 출입구 대신 일반 입국장으로 나왔고, 차량 탑승 전 기자들의 “ARF 기간 누구와 대화를 할 거냐” 등의 질문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숙소로 직행했다.
리수용은 현지에서 ARF 회의 참석 외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상과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놓고 양자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외교장관 회담 가능성도 거론된다. 리수용은 또 말레이시아를 들른 뒤 태국, 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들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박의춘 전 외무상에 이어 지난해 4월 현직에 오른 리수용은 1998~2010년 스위스대사와 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지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기 후견인 역할을 했던 핵심 인사다. 외교 소식통은 “리 외무상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라 국제 외교무대에 익숙한 편”이라고 전했으나, 지난해 ARF 때도 전체회의 석상 공식 발언 외에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돌아갔다.
4일 밤 현지에 도착한 윤 장관은 5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의 양자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윤 장관은 특히 5일 오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핵 해결 방안, 중국 전승절 행사, 유라시아친선특급,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 등의 현안을 논의한다. 또 6일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기시다 일본 외상과의 양자 회담, 삼자 회담도 일정 조율 중이다. 하지만 일본 측이 한일 양자회담에 시큰둥해 하는 분위기여서 회담 일정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다.
쿠알라룸푸르=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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