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와 기다림의 꽃말을 가진 해바라기는 가슴 아픈 전설을 갖고 있다. 태양의 신 아폴론을 짝사랑했던 물의 요정이 9일 동안 사랑을 갈구하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이야기다. 한곳에 서 있던 요정의 다리는 뿌리로 변해 땅에 박혔고 야윈 몸은 녹색 줄기로, 작고 귀엽던 얼굴은 태양을 닮은 커다란 해바라기 꽃이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해바라기가, 폭염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경기 양평 무왕리에 만개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쓰레기매립장 옆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작은 마을이 꽃으로 입 소문이 난 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29일은 해바라기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뜬지 125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의 그림이 살아온 듯한 꽃 무리에 앉으면 누구나 화폭의 주인공으로 변할 것 같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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