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에서 책을 훔쳐 팔려던 서울대 대학원생이 60대 환경미화원에게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서울대에서 책을 훔치려다 이를 제지하는 환경미화원 박모(63)씨를 폭행한 혐의(강도상해 및 절도)로 박모(34)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23일 오전 6시40분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건물에서 책을 훔치기 위해 한 동아리 방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청소를 하러 나온 환경미화원 박씨는 같은 달 17일 농생대에서 발생한 전공서적 도난 사건이 떠올랐고 이른 아침부터 건물에 들어온 박씨를 수상히 여겨 “여기서 뭐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갑작스러운 물음에 당황한 박씨는 환경미화원 박씨에게 박치기를 한 뒤 엘리베이터 계단 쪽으로 끌고 가 계단 밑으로 박씨를 던지고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박씨는 정신을 놓지 않고 “사람 살려”라고 소리쳤고 동료들과 경비원이 달려와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박씨는 서울대에서 학부를 마친 후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일주일 전 농생대에서 전공서적 20여권이 사라진 사건 역시 박씨의 소행이었다. 당시 피해 학생들의 신고로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며 수사 중이었으나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박씨는 절도한 책도 팔지 못했다. 박씨는 책을 훔친 다음, 인적이 드문 교내 테니스 코트에 숨겨 놓고 다음 날 중고서점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누군가 책을 가져가 버려 다시 범행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원룸에 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환경미화원 박씨와 동료, 경비원 등 4명에게 절도범을 잡은 공로로 표창과 포상금을 수여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