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가 3일 만기 도래한 부채를 갚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향후 채무조정에 실패할 경우 자칫하다간 과도한 부채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처럼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는 이날 만기가 도래한 약 5,800만달러(약 680억원)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개발은행(GDB) 관계자는 “이번 회계연도의 할당금이 부족해서 오늘 채무 전액을 상환하지 못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에 따라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에서 발생한 첫 디폴트 사례로 기록됐다.
푸에르토리코의 채무는 총 720억 달러(약 84조1,000억원)로 추정된다. 2012년 파산을 신청한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보다 4배나 큰 규모다. 앞서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시인하며 채권단에 부채상환 유예(모라토리엄)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안았다.
이날 디폴트를 시작으로 푸에르트리코가 갚아야 할 만기 부채의 상환일이 잇따라 돌아오면서 푸에르토리코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 720억달러의 부채 중 정부 산하기관에서 발행한 241억달러 상당의 채권은 채권단과 채무조정을 끝냈지만, 일반 및 정부 보증채(186억달러), 세금지불보증 채권(152억달러) 등은 여전히 미해결된 상태다. 푸에르토리코는 자치령이기 때문에 미국의 연방 파산법이 적용되지 않아 이번 위기를 해결하려면 채무 조정이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푸에르토리코 관계자들이 채무 조정안을 만들고 있다”며 “이달 말이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푸에르토리코 채권은 세금 우대나 높은 수익률을 이유로 미국에서 금융상품에 포함된 경우가 많아서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는 향후 미국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CNN은 “뉴욕의 증권시장인 월가보다는 채권을 보유한 푸에르토리코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에르토리코가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 시민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대거 미국으로 건너갈 가능성이 크고 이럴 경우 푸에르토리코 경제는 또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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