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사랑은 가고’는 아직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그룹 소녀시대가 이 같은 문구를 지난달 낸 자신들의 앨범 ‘파티’의 표지에 적어 선배인 이기찬(36)에게 최근 건넸다.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 이기찬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대기실을 찾아가 노래에 대한 추억을 서로 나눈 것이다.
‘플리즈’ 부터 ‘감기’ ‘미인’까지. 1996년 데뷔한 이기찬은 슬픈 발라드곡을 애절하게 불러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 설렘의 순간을 경쾌한 멜로디에 담은 ‘뷰티풀 투나잇’을 들고 2년 만에 돌아왔다. 데뷔 19년을 맞은 이기찬은 “처음으로 밝은 곡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내겐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번 노래에 의미를 뒀다.
밝은 곡으로 활동을 재개한 덕분일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던 예전과 달리 그는 농담도 부쩍 늘었다. 최근 케이블음악채널 Mnet 대기실에서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만난 그는 “(박)경림이한테 음원 공개 하기 전에 노래를 들려줬더니 내가 죽은 후에 뜰 것 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혹시 사랑이 찾아온 걸까. “솔로 된 지 2년 됐어요, 지금이 편하다니까요(웃음).”
이기찬은 한동안 웃음을 잃었다. 그는 ‘또 한 번 사랑은 가고’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2000년대 초반을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좋은 곡을 만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워낙 주위에 휘둘려 노래 부르는 재미가 없었다”는 게 그가 밝히는 이유다. 열 여덟이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정상의 인기를 누렸지만 소속사 문제 등으로 속앓이를 한 탓이다. 2012년에는 전 소속사와 계약금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기찬은 “(김)원준 형과 왁스 누나 등이 많은 힘이 됐다”고 옛 얘기를 꺼냈다.
이기찬은 최근 연기를 하면서 연예 활동에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지난해 한 종합편성채널 드라마에 출연했던 그는 올 초 영화 ‘메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TV드라마 ‘센스8’의 오디션을 볼 정도로 연기에 욕심을 냈다. 이기찬은 “내가 표출하지 못했던 감정을 다른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는 게 정말 재미있더라”고 말했다. 이기찬은 지난 6월 미국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인 넷플릭스에 공개된 ‘센스8’에서 순박(배두나)의 골치덩어리 남동생으로 등장해 자연스럽게 연기를 선보였다. 이기찬은 “배두나란 친구와 자유롭고 권위 의식 없는 워쇼스키 남매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밝혔다.
이기찬은 내달 말에는 또 다른 신곡을 발표한다. 10월을 목표로 소극장 공연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20대 때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공연할 때 흥분해 무대에서 객석으로 뛰어내려 발가락이 부러진 적이 있는데 그 때가 아직도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다시 공연장에서 팬들과 가까이 만나는 행복을 찾고 싶어요.”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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