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완청, 형 부패 조사 받던 중 탈출
캘리포니아 호화 주택서 은신 생활
中 공산당 관련 정보 많아 눈엣가시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시절에는 핵심 실세였으나 시진핑(習近平) 정권에서 부패 혐의로 퇴출된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스는 3일 중국이 링지화의 막내 동생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링완청(令完成)에 대한 본국 송환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나,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문제가 시 국가주석의 9월 방미를 앞두고 ▦미국 연방공무원 인사자료 해킹 ▦남중국해 영유권 논란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양국 관계를 더 껄끄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링완청은 형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미국으로 탈출, 캘리포니아 주의 시에라네바다 산맥 기슭 호화주택에서 CCTV 앵커 출신 아내 리핑(李平)과 함께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0평의 규모 은신처는 후진타오 정권 시절 그가 프로농구 선수로부터 250만달러에 구입했다. 미국 당국은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으나, 링완청은 미국으로 망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망명이 허용될 경우 중국 공산당 정권 출범 이래 가장 충격적인 배반 사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링완청이 미국 당국의 보호 아래 놓일 경우 심각한 정보유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 전 부장의 동생 일뿐만 아니라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공산당 실세들과 깊은 교유를 맺어왔다”며 “링완청은 현재 시 주석에게 충성하는 공산당 간부들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전직 중국 분석요원 출신인 크리스토퍼 존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연구원은 “(링완청 소환에) 중국 지도자들이 아주 몸이 달았을 것”이라며 “그가 아주 흥미로운 일들에 접근해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셉 퓨스미스 보스턴대 교수도 “후진타오 시절 링지화의 역할은 중국 공산당 정권의 신경중추였으며, 정치 권력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링지화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으나, 2013년 3월 페라리 슈퍼카를 몰던 아들 링구(令谷)의 베이징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일가족의 부패상이 알려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송환 압력이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링완청의 미국 체류 여부를 아예 언급하지 않을 정도다. 마크 레이몬디 미 법무부 대변인은 “범죄 혐의가 있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사법처리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단순한 송환 요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링완청 부부의 미 입국 비자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망명이 완료되기까지 행정적으로 걸리는 1~3년 동안에는 해당자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조철환=워싱턴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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