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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폐쇄형 프라이머리가 더 낫다

입력
2015.08.0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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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재민!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하지만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당권은 당원에게 있는 법이다. 당이 유권자에게 깊이 뿌리박고 있어야 하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아야 산다는 의미에서 이 말이 함축적으로 은유하는 바는 지대하다. 그러나 정당론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샷슈나이더는 일찍이 1940년대부터 정당에게는 공직 후보자를 선출하는 기능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정당이 이러한 기능을 못하면 존립 근거를 잃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당에서는 공천하는 사람이 주인이니 소수의 당 지도부가 공천까지 다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나, 그렇다고 당과 무관한 국민에게 공천 과정을 개방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는 것도 기실 틀린 말이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까지 경선 과정에 참여를 허용한 오픈 프라이머리가 미국과 한국 대통령 선거 등에서 유행한 데에 역사적인 의의가 있다는 점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한국에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배경에는 당내 민주화와 선거 승리 가능성의 극대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과거에는 소수의 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 등을 선출하며 당내 민주화를 가로막았다. 그런데 더 이상 도도한 정당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 새로운 바람을 거세게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까지 맞물려 있었던 것이다. 100여 년 역사를 가진 오픈 프라이머리는 전 세계적으로 정당 민주주의를 촉진시킨 동시에 냉정한 위헌 심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일반 유권자에게 넘기다 보니 정당의 본원적 역할이나 질서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수년 동안 당비를 내가면서 궂은 일을 맡아오던 당원과 대의원은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뒤 빠져나간 일반 유권자를 바라보면서 정당 소속감과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피하지 못하고 자괴감마저 느낀다. 게다가 후보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사람을 갖은 수단과 방법을 써서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지만 막상 기대보다 낮은 참여율에 시달린다. 어떤 경선 방식을 써도 현직자가 누리는 이점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현직자에게 오픈 프라이머리만큼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도 없다. 한국에서 국민참여경선이 지난 십여 년 동안 진정으로 정당 민주화에 기여했다면 지금 정당들이 이렇게 국민에게 외면 받는 상황은 사라졌어야 할 게 아닌가.

이런 문제의식을 갖다 보니 말이 ‘오픈(open)’이라서 더 민주적인 것처럼 들리는 개방형 프라이머리 대신 말이 ‘크로즈드(closed)’라서 더 비민주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폐쇄형 프라이머리가 정당 원리에 더 제격이고 한국 현실에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폐쇄형 프라이머리는 기본적으로 당원이나 대의원에게 경선 참여의 기회를 허용하고 투표자가 경선에 참여할 때에는 특정한 정당의 소속이나 후보 지지를 서약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2년 5월 프랑스 대선이 실시되기 반년 전에 프랑스 사회당은 참가자에게 이러한 서약과 최소 1유로의 기부를 요구하면서 일반 시민 260만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고 선거에서 승리했다.

목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가 화두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엄연히 당내 경선의 일종이기에 역선택을 막는다며 각 당의 동시 참여를 입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럴진대 굳이 입법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오픈 프라이머리로 드는 선거비용(약 368억 추산)을 세금으로 감당하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을 산다. 이렇게 해서는 정당도 국가도 당원도 국민도 모두 망한다. 이벤트보다는 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하여 폐쇄형 프라이머리를 골격으로 경선 참가자에게 각 당의 가치나 정체성에 동의하게 하고 자신의 경선 참여에 대한 책임감을 북돋우게 하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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