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선박 면세유 빼돌린 일당 적발
피라미드식 시중 유통…하우스농장 등에 판매
100억 상당의 선박 면세유를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면세유(벙커씨유)를 빼돌린 혐의(절도 등)로 A해운사 대표 노모(52)씨와 장물업자 박모(47)씨를 구속하고, 이에 가담한 8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류 용량을 검사하는 검량사 출신인 노씨는 외국선박에 면세유를 운반ㆍ급유하는 A해운사를 만들어 급유할 때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기름을 조금 남기는 수법으로 2010년 7월부터 4년간 354차례에 걸쳐 면세유 1,000만ℓ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는 과거 검량사로 일하며 기관장 등이 급유량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해운사를 차린 노씨는 무전기로 운반선에 연락해 기름을 남기도록 지시하고, 남은 연료를 자신의 운반선과 일명 ‘기름배’라고 불리는 장물업자의 배에 시세보다 80% 싸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빼돌린 면세유는 시중에 피라미드식으로 유통됐다. 기름배를 운항하던 박씨는 노씨에게 공급받은 면세유를 다른 선박이나 육상의 유류 운송차량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2011년부터 4년간 317차례에 걸쳐 면세유 약 640만ℓ를 판매한 혐의(장물취득)다.
면세유는 유류 저장소나 농장으로 건네졌다. 유류 운송차량 기사 곽모(39)씨는 알선책을 통해 경기와 경북, 전북 일대 유류저장소에 면세유를 공급했고, 유류저장소 업주는 염색ㆍ양말공장 등에 면세유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유류 운송차량 기사 장모(55)씨는 알선책을 거치지 않고 전남과 경남 등지 하우스농장에 면세유를 직거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유황 벙커씨유인 면세유는 육상에서 사용이 금지돼있다. 일반 벙커씨유보다 유황성분이 8배나 높아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곽씨 등은 장물취득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면세유를 훔치고 유통하는 행위는 산업발전을 위해 면세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 선박이 피해를 보는 사례다”며 “내륙으로 불법 유입된 면세유는 탈세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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