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 팀은 내려가고, 한 팀은 제자리 걸음이다. 다른 한 팀은 예상 밖으로 치고 올라왔다.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 쟁탈전이 뜨거워졌다. 3일 현재 5위 한화부터 공동 6위 SK, KIA까지 승차는 불과 0.5경기. 점입가경의 순위 싸움이다. 시즌 막판 각 팀의 운명을 쥘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 한화 로저스.
◇한화 로저스. 몸값 해야 할 텐데…
한화는 새 외국인 투수 에르밀 로저스(30)의 책임이 막중하다. 한화는 지난 1일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출신 로저스와 70만 달러(약 8억1,935만원)에 계약했다. 그런데 미국 언론은 로저스가 100만 달러(약 11억7,050만원)+α에 도장을 찍었다고 했다. 한화의 시즌 잔여 경기는 49경기. 로저스가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면 10경기, 비로 밀릴 경기까지 포함하면 12경기도 나갈 수 있다. 경기당 거의 1억 원을 받는 것으로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다.
비싼 몸값을 지불할 만큼 한화는 가을 야구가 절박하다. 2일 입국한 로저스는 3일 곧바로 불펜 피칭을 하며 실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평균 시속 150㎞에 달하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가 일품이라는 평가. 불펜 피칭을 지켜본 한화 코칭스태프는 합격점을 줬고, 그를 2군 등판 없이 곧바로 1군 무대에 나서게 할 예정이다. 한화는 탄탄한 뒷문에 비해 부실한 선발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로저스가 김성근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선발 야구'를 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SK 박정권(왼쪽)-KIA 나지완..
◇가을이 온다, SK 박정권이 살아난다
오는 8일은 입추(立秋)다. 여름 장마가 끝나자 '가을 남자' SK 박정권(34)이 기가 막히게 살아났다. 2군에 두 차례 다녀왔던 박정권은 최근 3경기 연속 홈런, 4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타격감 회복을 알렸다. 특히 생소한 2번 타순에 들어간 3경기에서 모두 대포를 가동하며 5타점을 올렸다. 주로 중심 타선에 자리했던 그가 2번에 들어선 것은 어떻게든 충격 요법을 줘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김용희 SK 감독의 고육책이다.
현재까지 결과는 대성공이다. 김 감독이 후반기 키 플레이어로 직접 꼽은 박정권이 제 몫을 하자 팀 타선도 활기를 되찾았다. 김용희 감독은 "박정권의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정권은 "2번 자리에 신경은 안 쓰고 그냥 '재미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감은 광주 KIA전(7월30일)부터 좋았는데 아직 내가 살아났다고 말하기 좀 그렇다. 팀이 바라는 그림은 내가 2번에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더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러면서 입추가 다가온다는 말에 "내가 제일 싫어하는데"라며 반어적인 표현으로 다가오는 가을을 반겼다.
◇부활한 KIA 나지완, 갈 길이 멀다
워낙 바닥을 찍어 지금 모습은 성에 안 찬다. KIA 중심 타자 나지완이 점점 감을 찾아가고 있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기본을 할 뿐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나지완은 팀이 연승을 타기 시작한 7월28일 광주 SK전부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9회 극적인 역전승이 나오기 전 선두 타자로 나가 2루타로 발판을 놓았고 이튿날에도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3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대타로 나가 쐐기 3점 아치를 그리며 모처럼 손맛을 봤다. 나지완의 장타력이 살아나고 고비마다 타점을 올려주자 팀도 탄력을 받았다. 나지완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무조건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감독님에게 신세 진 것을 갚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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