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마술사 해리 후디니(1874~1926ㆍ사진)가 1926년 오늘(8월 5일) 뉴욕 셸턴호텔 수영장 바닥에 가라앉았다. 700파운드의 거대한 관 속에, 사슬에 꽁꽁 묶인 제 몸을 가둔 채였다. 정확히 91분 뒤, 후디니는 밧줄을 풀고 관을 탈출해 물 위로 솟아 올랐다. 그의 생애 마지막 대형 마술이었다.
그는 자신의 장르였던 탈출 마술에 관한 한 누구의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날의 퍼포먼스도 한 달 전인 7월 라흐만 베이라는 이집트 마술사가 세운 기록을 못 견뎌 벌인 일이었다. 베이는 쇠로 된 상자에 갇힌 채 뉴욕 달튼호텔 수영장에 잠겼다가 탈출했는데, 그의 기록은 60분이었다.
그 마술은 관 속의 비밀 탱크에 산소를 채워두는, 단순한 트릭에 의존한 거였다. 그러니까 관건은, 물 속에서 또 답답한 관 속에서 한 순간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욕망에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와 세상의 시선을 얼마나 잘 속이느냐였다. 훗날 그는 “한 시간쯤 지난 뒤부터는 눈앞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나는 잠들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고 고백했다. 후디니는 갱도에 갇힌 광부들의 생존을 위한 연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자신의 심리 체험과 요령을 전하기도 했다.
후디니는 셸튼호텔 공연 두 달 뒤인 10월 캐나다의 한 실내공연 대기실에서 차력을 시험하려던 한 대학생에게 당당히 배를 내밀었다가 이틀 뒤 복막염으로 숨졌다. 그의 마술은 그렇게 자신마저 ‘진짜’라고 속였고, 그 대가가 또 그렇게 치명적이었다.
헝가리계 미국인으로 4살 무렵 미국에 이민 온 그는 6살 때부터 카드를 만지기 시작해서 9살 무렵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 묘기를 펼쳤다고 한다. 밧줄을 풀고 쇠사슬과 자물쇠를 따는 탈출 묘기가 그의 전공이 된 것은 11살 이후였다. 나무상자에 갇혀 강에도 들어가고, 은행 금고도 열고, 벽을 통과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고 직접 찍기도 했다. 여러 권의 책도 썼다. 그는 당대 세계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
그의 삶과 사랑을 다룬 영화 ‘Death Defying Act(2007)’의 한국 개봉(08년) 포스터에는 “죽음을 조롱한 세기의 마술사”라는 문구가 실렸다. 그가 조롱한 건 사후세계도 탈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던 심령술이었다. 그는 심령술과의 승부에 자신의 죽음을 걸었다. 숨지기 전 아내와 단 둘만 아는 비밀의 단어를 적어 맨해튼은행 금고에 넣어두고 그가 숨진 뒤 영매들에게 그 단어를 맞추게 한 세기의 승부였다. 영매들은 물론 모두 실패했다. 단어는 ‘Believe’였다. 후디니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이 이길 걸 믿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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