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계열사, 불매운동 등 우려
롯데그룹 오너들의 경영권 싸움을 바라보는 싸늘한 여론에 롯데 임직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리 말도 제대로 못하는 오너가, 이들이 사용하는 일본어와 일본 이름, 일본 지주사를 통한 지배 구조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면서 덩달아 직원들도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기업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소매업 관련 계열사들은 매출에 직접 타격을 받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롯데 유통계열 관계자는 “반 롯데 정서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불매 운동이나 판매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계열사 관계자도 “7월 마지막 주 매출이 전주와 전년 동기보다 모두 늘어서 당장 악화한 여론이 매출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평소 사내에서 한국 기업이란 점을 강조한 교육을 받은 직원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원 김 모(31)씨는 “신입사원 교육 때 일본에서 창업했지만 창업주가 우리나라 사람이며 일본과 매출 등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배웠다”며 “그런데 막상 이번에 공개된 일본 지주사가 지배하는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를 보니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서울 소공동 호텔롯데를 찾은 관광객들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보였다. 3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동빈 롯데 회장이 호텔 34층에 묵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찾아오면서 호텔 로비는 취재진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를 지켜 본 관광객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직원들이 이를 분산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영권이 어떻게 될지 모를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당장 이미지 개선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루 속히 경영을 안정시키고 이후 이미지 회복 등 수습 대책을 논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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