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집단적으로 동료 여교사와 제자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공립 A고에서 교장이 기혼인 여교사에서 “(남편 말고)애인 있느냐?”며 성희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학년 영어교사인 E교사는 수업시간에 여학생에게 “원조 교제 할래?”라는 경악할 말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C교사는 물론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 책임교사였던 D교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학생들이 더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성범죄 가해 의혹 교사 5명이 전입, 전출지에서도 유사한 행각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해당학교들로 성범죄 감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3일 해당학교 여교사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교장은 작년 초 교사 회식장소에서 이미 결혼한 한 여교사에게 “애인 있느냐?”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회식이었던 만큼 목격한 교사들도 많았다고 한다. 교장은 이 여교사가 대답을 하지 않자 계속해서 “있어? 없어?”, “애인 있지?” 등의 방식으로 채근했다. 당시 이 광경을 지켜봤던 한 교사는 “피해 교사는 잘 가르치고 굉장히 바른 선생님인데 옆에서 본 사람들까지 수치심이 느껴질 정도로 반말로 계속 물었다”며 “의도가 있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교장은 일부 언론을 통해 “내가 성추행을 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다는 것이냐. 정말 답답하고 억울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그로부터 성추행까지 당했다는 다수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교사가 수업도중 학생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했다는 엽기적인 진술도 나왔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 전화인터뷰에서 “(교사가) 수업 중에 원조교제를 하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성희롱 발언을 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한 교사는 올해 서울 Y고에서 이 학교로 부임한 영어과목 담당 E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초부터 이어져온 이 학교 교사들의 성추행에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쏟아지고 있다. 피해 여교사의 한 지인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입시지도 명목으로 특별반을 꾸린 과학과목 C교사의 경우 특별반에 이동식 간이 침대를 들여놓고, 유리창은 책꽂이로 막아놓는 등 밀실을 만들어 면담을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학교의 한 여교사는 “미술교사이자 성폭력고충처리위원회 책임교사인 D교사는 예전부터 미술반에서 수업은 진행하지 않고 교실 불을 끈 채 학생들에게 잠을 자라고 했다”며 “그러면서 애들에게 파렴치한 짓을 한 것인데 시교육청이 밝힌 피해학생 2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고발한 4명의 교사(검찰 송치된 C교사 제외)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서 엄정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교육을생각하는시민모임 등 21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상 초유의 학교 성추문 사태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경찰 공문을 접수한 시교육청의 담당자와 결재권자들의 직무 유기에 대하여 철저하고 조사하여 진상을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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