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미, 텔미~”. 3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밴드 변신을 선언한 그룹 원더걸스가 3집 컴백을 알리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연주한 곡은 ‘텔 미’였다. 팀을 알린 히트곡을 밴드 합주곡으로 택해 새로운 시작을 알린 셈이다. ‘텔미’ 속 ‘찌르기춤’은 볼 수 없었다. 원더걸스의 네 멤버 예은(건반)과 유빈(드럼) 선미(베이스 기타) 혜림(기타)은 춤 대신 악기 연주로 ‘텔 미’무대를 꾸렸다. 베이스 기타를 잡은 선미는 애드리브 연주도 보여줬다. 이날 공개한 3집 ‘리부트’의 타이틀곡인 ‘아이 필 유’ 라이브 연주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걸그룹의 밴드 활동이란 파격 변신에 대해 선미는 “두려웠지만 후회는 없다”며 웃었다.
-밴드로 무대에 서게 된 과정은.
예은=“다들 취미로 악기를 배운 게 시작이다. 유빈 언니는 래퍼다보니 드럼을 배우고 있었고, 혜림이는 컨트리 음악을 좋아해 어쿠스틱 기타를 배우고 있었다. 난 원래 건반을 치고 있었고. 뒤에 선미가 ‘다른 멤버들이 악기를 배우니 나도 하고 싶다’며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한 게 ‘밴드 원더걸스’의 시초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 멤버들끼리 ‘걸프렌드’(2012)란 곡을 다 같이 재미 삼아 연주를 했는데 회사 분들이 보고선 밴드 활동도 괜찮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이번 앨범이 원더걸스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은=“앨범명이 ‘리부트’인데 밴드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완전 새로운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 명(선예 소희)이 그룹을 떠났고, 선미는 돌아온 상황에서 함께 합주를 하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소중했다. 앞으로 팬 분들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싶다.”
-걸밴드의 성공 사례가 드물다. 밴드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선미=“팬들이 우릴 좋아했던 부분은 쉬운 음악에 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포맷을 벗어나 밴드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이를 극복하게 된 계기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멤버들끼리 서로의 얘기와 감성을 곡에 담고 풀어가는 과정을 거치면서다. 타이틀곡을 빼고는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성장한 느낌이 들더라. 팬 분들이 우리의 밴드 변신에 대해 낯설어할 수도 있지만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계속 밴드로 활동하는 건가, 일회성 프로젝트인가.
선미=“일회성은 아닐 거다.”
-악기 연습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예은=“다들 그렇겠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정체기가 온다.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그 때가 제일 힘들었다. 연습실을 박차고 뛰어나가기도 했다.”
선미=“다들 그랬다. 울기도 했다. 합주를 하다 보니 서로 안 맞는 부분도 있고, 그 때 저마다 ‘내가 문제인가’란 생각을 했을 거다. 서로 격려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악기를 배우고 난 뒤 앨범 작업에서 달라진 것은.
예은=“자신이 맡은 악기 파트를 집중해서 듣게 되더라. 악기 소리 하나 하나에도 집착을 하게 되더라.”
-박진영 프로듀서의 ‘아이 필 유’를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는
선미=“곡을 듣자 마자 정말 좋았다. 요즘 들을 수 없는 복고 사운드도 매력적이었다. 소름이 돋아 이 곡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뒤 다른 곡 작업을 시작했다. ‘아이 필 유’가 준 1980년대 시대적 정서를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
-멤버별 새 앨범 추천곡을 꼽자면.
유빈=“예은이가 만든 ‘베이비 돈트 플레이’다. 1980년대 사운드를 가장 잘 담은 곡인 것 같다. 드럼 연주도 시원하게 할 수 있고.”
예은=“유빈 언니가 만든 ‘없어’다. 슬로우 잼 스타일의 곡인데 노래하며 많이 빠졌다.”
선미=“유빈 혜림이 작업한 ‘백’이다. 가사를 보면 구절마다 빵 터진다. 정말 센스있게 썼다.”
혜림=“내 노랠 추천하겠다. ‘오빠’라는 곡인데 비트가 재미있고,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남성들은 싫어할 수도 있지만.”(웃음)
-선미는 5년 만에 원더걸스로 돌아왔다.
선미=“솔직히 솔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팀 합류를 준비했다. 다른 앨범과 달리 이번 앨범은 정말 서로 머리 쥐어 뜯으면서 고생했다. 그래서 감회가 남다르다. 이렇게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아직도 얼떨떨하다.”
-빅뱅 소녀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게 됐는데.
예은=“다행이라 생각한다. 방송사 가면 이제 우리가 고참이라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그룹이 나오면 더 많은 걸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반가움이 더 크다.”
-미국 활동을 후회하진 않나.
예은=“정말 후회 없다.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라 생각하는 데 진심이다.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다. 기억에 남는 추억도 많다. 버스 안에서 깻잎에 김이랑 싸 밥 먹었고 투어를 돌 때 라면도 끓여먹었다. 미국 활동 때는 ‘우리가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며 스스로 일궈 갔던 시기다. 지금보단 어려서 도전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도 없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것저것 하면서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나.”
-떠난 멤버(선예 소희)들은 뭐라고 하던가.
선미=“선예 소희 모두 오늘 연락 왔다. 쇼케이스 직전에도 휴대폰 문자를 보내 ‘내가 더 떨린다’며 걱정해주더라. 방송사에도 놀러 오기로 했다.”
-이번 활동에서 가장 걱정했던 건 뭔가.
예은=“원더걸스가 춤을 안 춰도 될까’란 고민이다. 우릴 사랑해줬던 이유가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와 춤이었는데, 그걸 버리고 악기와 연주를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좋아해주실까란 걱정이었다. 그러다 곡이 나오고 춤을 접목하니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한 시름 놨다."
-원더걸스는 계속 ‘복고’만 고집했는데.
선미=“‘아이러니’를 빼곤 다 복고 콘셉트의 노래였다. 난 이 점이 재미있다. 우리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 아닌데 그 시대의 감성을 원더걸스만의 색깔로 풀어간다는 점이 우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예은=“‘텔미’ ‘노바디’ 할 때는 복고 음악을 잘 모르고 했는데, 이번엔 직접 찾아보며 공부했다. 1980년대 음악만 두 달 넘게 찾아 들었다. 다들 숙소에서 같이 사는 데 서로 음악 얘기 주고 받으며 재미있게 작업했다.”
-수영복을 떠올리는 의상이 화제였다.
예은=“우리가 미국에 갔다 와 개방적으로 변했나 보다. 솔직히 준비하면서 ‘야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여름이고 또 198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이라 도전해 본 거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놀라 하시더라. 방송에서는 아마 수영복 콘셉트의 의상은 안 입을 거 같다.”
-멤버가 결혼도 했고, 탈퇴고 했고 해체설까지 불거졌다. 참 극적인 요소가 많은 그룹인 거 같다.
유빈=“우린 숙소 생활을 해 해체설에 대해서도 체감하지 못했다. 크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선예 소희랑도 항상 연락하며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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