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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NO" 예술가들 문화적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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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NO" 예술가들 문화적 저항

입력
2015.08.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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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싸이와 임대분쟁 중인 미술전시공간 테이크아웃드로잉

관련 전시와 좌담회 '한남포럼' 열어

서울시립미술관 '성난 젊음'展 홍대 인디밴드들 두리반 투쟁 조명

7월 28일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열린 좌담회 ‘한남포럼’은 자본의 힘에 예술공간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예술적 저항의 방식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7월 28일 서울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열린 좌담회 ‘한남포럼’은 자본의 힘에 예술공간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예술적 저항의 방식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여성주의 작가 엘렌 식수가 했던 ‘웃음으로 진지함을 꺾으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경제적, 법적 다툼은 지는 싸움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그 지는 싸움을 오래 끄는 힘이 웃음이죠. 진지한 언어에 매몰된 저들마저 감동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언어를 만들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한남동의 미술전시공간 겸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미학자 양효실이 그래픽디자이너 권준호의 전시 작품 ‘답변서 프로젝트’를 보고 내놓은 감상이다. 권준호는 테이크아웃드로잉과 분쟁 중인 건물주 싸이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뒤 판사에게 제출해야 할 답변서를 패러디한 ‘답변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권 디자이너의 형이 남겼다는 “싸이님, 내 동생을 제발 용서해 주세요”라는 답변서는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날 테이크아웃드로잉의 부정기 좌담회 ‘한남포럼’은 가수 싸이와의 분쟁 상황을 사회적 의제로 확장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백기영 경기문화재단 북부사무소장, 미술작가 이진경, 김윤익 ‘공간 사일삼’ 운영자 등이 참여한 좌담회의 결론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는 강자의 언어를 뒤바꿀 수 있는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내자”는 함성호 시인의 발언으로 요약됐다.

권준호 디자이너는 사진작가 노순택, 만화가 유창창, 디자이너 안상수 박우혁 등 63명과 함께 건물주 싸이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발에 대해 답변하는 ‘답변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권준호 디자이너는 사진작가 노순택, 만화가 유창창, 디자이너 안상수 박우혁 등 63명과 함께 건물주 싸이 측이 제기한 명예훼손 고발에 대해 답변하는 ‘답변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싸이가 건물을 인수한 뒤 나가라고 요구하고, 테이크아웃드로잉 측은 예정된 전시를 하겠다고 버티며 시작된 분쟁은 3월 강제철거가 집행될 위기로 치닫다 4월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중재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전 건물주와의 임대계약은 이미 만료된 상황이어서 싸이 측의 법적 권리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임대인이 이처럼 당당한 것은, 예술활동이 관심을 촉발해 유동인구를 낳고 상권을 형성하면 임대료가 치솟아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반발이다. 단순한 카페가 아닌 실험적인 미술전시공간으로서의 문화적 가치가 돈의 힘에 의해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한 항거다.

이들은 철저히 예술적 논리로 저항하고 있다. 설치작가 신제현은 강제철거를 앞두고 ‘한남스타일’이라는 전시를 통해 의자나 커피포트 등 카페 내부 집기를 낚싯줄로 연결하는 ‘작품’을 전시했었다. 카페 집기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 신제현은 이 낚싯줄을 미술작품이라고 주장하며 침탈을 막으려는 계획이었다.

‘한남포럼’을 기획하는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사무국장은 “문화공간이 자본의 논리에 의해 잠식되고 쫓겨나는 상황을 당연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며 “이런 활동을 통해서 계속 저항하다 보면 문화공간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서브컬처-성난 젊음' 전시전경. 옵티컬레이스의 인디음악 연표가 전시한 자료는 '두리반 투쟁' 이후인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서브컬처-성난 젊음' 전시전경. 옵티컬레이스의 인디음악 연표가 전시한 자료는 '두리반 투쟁' 이후인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현재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벌어지는 ‘유연한 저항’은 5년 전 비슷하게 철거 위기에 몰렸던 홍익대 인근 식당 두리반에서의 인디밴드 공연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두리반 문학포럼에 참여했던 심보선 시인은 두리반 투쟁이 “인디밴드들에게 함께 투쟁해 승리할 수 있다는 경험을 남겼다”고 말했다. 인디 밴드 51개 이상이 참여해 식당을 지키기 위한 공연을 벌였던 ‘뉴타운컬처파티 51+’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모임이 결성되는 계기가 됐고, 인디 밴드들에게 언제까지 ‘홍대 앞’에서 공연이 가능할지 고민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프로젝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서브컬처-성난 젊음’은 ‘인디 20년’을 회고하며 두리반 투쟁을 집중 조명한다. 45분짜리 영상 ‘아워네이션’도, 시각 창작집단 옵티컬레이스가 제작한 인디음악 연표도 두리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현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과거 대안적 소비에 그쳤던 서브컬처가 이제 대안적 생활과 생존 담론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으며, 두리반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적 저항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실질적인 힘이 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두리반 사태 이후 5년 새 임대료가 상상할 수 없이 치솟은 ‘홍대 앞’은 이미 인디 밴드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밴드들은 두리반이 그랬듯이 문래동을 비롯한 서울 각지로 흩어지고 있다. 심보선 시인은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공간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남겼다는 점에서 두리반 같은 활동은 계속 반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브컬처-성난 젊음’ 전시는 8월 30일까지 이어지고, 9월 중 전시 내용을 정리하는 도록이 나온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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