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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 이글 잡고 살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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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 이글 잡고 살짝 웃었다

입력
2015.08.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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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 뒷심 발휘 추격ㆍ역전 한편의 드라마

박인비가 3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 오픈 우승 컵을 안고 축하를 받고 있다. 박인비는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통산 7번째로 여자골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턴베리(스코틀랜드)=AP연합뉴스
박인비가 3일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브리티시 오픈 우승 컵을 안고 축하를 받고 있다. 박인비는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통산 7번째로 여자골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턴베리(스코틀랜드)=AP연합뉴스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는 필드에 서면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외신들은 그런 박인비에게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3일 브리티시오픈 최종라운드에서도 박인비는 한결 같았다. 초반 보기로 주춤할 때나 후반 이글샷으로 맹추격할때도 앙다문 입술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마지막 2홀을 남기고 판을 뒤집는 박인비의 무서운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4라운드 한때 선두에 4타차까지 뒤졌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14번홀에서야 선두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16번홀 버디를 낚아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실제 이날 라운드 초반까지만 해도 ‘박인비 드라마’는 ‘새드 엔딩’(Sad Ending)으로 끝나는 듯 했다. 선두와 3타 차 공동 5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5번홀까지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7~10홀까지 4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박인비는 14번홀(파5)에서 7m 남짓 거리의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시각 고진영(20ㆍ넵스)이 13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둘은 공동선두가 됐다. 고진영은 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했던 14번홀에서도 파에 그쳤다. 전반 9개홀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고진영은 후반 뼈아픈 실수를 범하며 박인비의 추격을 허용했다.

고진영.
고진영.

최대 승부처는 16번홀(파4)이었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그림 같은 아이언샷으로 공을 핀 바로 옆에 붙였다. 버디를 잡아낸 그는 12언더파로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반면 고진영이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개울에 빠뜨리면서 박인비는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지었다. 고진영은 16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하는 등 막판 샷 난조로 생애 첫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의 꿈을 눈앞에서 날렸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사’ 기질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무서운 뒷심으로 정상에 오른 박인비는 “오늘 퍼트가 근래 들어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16번홀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다고 평했다. 박인비는 “(4라운드) 16번홀 버디가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 이번 주 내내 16번홀이 어려운 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홀에서 나흘 동안 3타(버디3개, 파1개)를 줄였다. 다른 선수들보다 4~5타를 이기고 들어갔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오늘도 거기에서 한 아이언샷이 좋았다”고 말했다.

‘침묵의 암살자’에 이어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채널은 이날 ‘Win-Bee’라는 새로운 별명을 박인비에게 헌정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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