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정책 실험이 한창이다. 국토교통부는 승객 안전 강화를 위해 지난해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의 입석을 금지시켰고, 경기도는 수송능력 향상을 위해 2층 버스 도입에 나섰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한발 더 나가 ‘따복버스(따뜻하고 복된 버스)’ 구상도 밝혔다. 따복버스는 긴 거리를 운행하는 기존 광역버스와 달리 경기도 기점에서 환승터미널까지, 또 환승터미널에서 서울 종점까지 2원화해 운영하는 버스다. 짧은 거리를 운행하니 분업처럼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위한다는 이들 교통정책을 찬찬히 뜯어보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실험에 나서는 것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준비 부족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당장 광역버스 좌석제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다. 시행한 지 불과 1년도 안돼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공무원들이 새벽부터 나와 계도와 단속에 나서고 시민들이 1백여m나 줄을 서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호응했던 게 무색하다.
경기도는 더구나 지난달 전세버스 270여대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했다. 광역버스 요금이 인상된 만큼 보조금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자 업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 감차에 나섰다. 한 달 만에 전세버스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특히 퇴근시간 대 전세버스는 70여대에서 6대로 대폭 줄었다. 당연히 입석승객이 늘어났고 “결국 이렇게 하려고 요금을 인상했나”는 불만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층 버스도 효용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는 10월부터 김포와 남양주에서 2층 버스 9대를 들여와 본격 운행할 계획이지만 4m인 버스 높이 제한에 걸려 당초 계획했던 79인승이 아닌 72인승 버스를 도입한다. 대당 4억5,000만원이나 하는 2층 버스를 수입하면서 좌석이 적은 버스를 골라 들여오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한 2층 버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나 더 있다. 최근 경기도 산하 연구기관인 경기연구원은 남 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따복버스의 1차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경기연구원은 경기도 기점에서 서울 종점까지 운행하는 광역버스 노선에 따복 버스를 시범 운행한 결과 수송능력이 80%나 증가했지만 반대로 입석승객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따복 버스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우수성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환승센터의 위치가 정해지지 않아 추산이 쉽지 않으며 따복버스가 어느 정도 효율이 있는 지 정확히 계량할 방법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시범 운행이라는 것도 사실은 기존 버스 노선을 두 부분으로 잘라 운행할 경우 이 정도 수송이 가능하고 따라서 입석 승객도 이에 따라 어느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추론에 불과했다.
따복버스는 성격 상 환승센터의 입지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서도 고민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경기연구원은 동수원IC를 수원 환승센터의 한 곳으로 검토 중이지만 이미 광교신도시에는 철도를 포함한 환승센터가 마련돼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다시 환승센터를 만든다면 옥상옥이 되던지 효율성이 떨어질 게 뻔하다.
실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실험을 할수록 좋을 수도 있다. 하루 서너 시간을 도로에서 낭비하고 있는 수도권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버스정책은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아님 말고’식의 정책 실험은 곤란하다. 추진했으니 적당히 굴러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도 금물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좀더 안전하고 편리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층 버스와 따복버스, 광역버스 좌석제는 말 그대로 안전하고 편리한 버스를 위한 같은 정책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지금처럼 각자도생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서는 올바른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범구 경기본부장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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