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월간·상반기 역대 최대에
흑자 기간도 최장… 3가지 신기록
극심한 '불황형 흑자' 이어질 우려
6월 경상수지가 ‘반갑지 않은’ 신기록 3가지를 한꺼번에 갈아치웠다. 역대 최대 규모의 월간 흑자에, 올 상반기 누적흑자도 반기 기준 최대, 연속 흑자행진 기간도 사상 최장인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의 기록이다. 아무리 적자보단 흑자가 낫다지만, 균형을 벗어난 과도한 쏠림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부른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의 전조가 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21억9,000만달러로, 종전 최고였던 작년 11월(113억2,000만달러)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 들어 6월까지의 누적 흑자(523억9,000만달러) 역시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넘어서며 작년 하반기(497억9,000만달러)의 종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추세라면 한은이 지난달 전망한 연간 980억달러의 흑자규모를 넘어 사상 초유의 ‘경상흑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열 가능성이 높다.
월간 경상수지가 흑자행진을 시작한 지도 2012년 3월 이후 벌써 40개월 째로 이 역시 종전기록(1986년6월부터 38개월간)을 이미 뛰어 넘었다.
6월 경상흑자는 최근 반복되고 있는 극심한 ‘불황형 흑자’(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생기는 흑자)의 연속선상에 있다.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5월 4억달러에서 24억9,000만달러까지 적자폭을 크게 키웠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상품수지 흑자 기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6월 상품수지 흑자는 무려 132억2,000만달러. 수출(493억7,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2.0% 감소했지만 수입(360억8,000만달러)은 17.3%나 더 쪼그라들면서 흑자폭을 키웠다. 박승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6월엔 수출 감소율이 5월보다 하락했지만 영업일수 증가 효과를 제거한 일평균으로 보면 수출 감소세는 5월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경상흑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흑자 행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대규모 경상흑자가 장기간 누적되면 환율 절상(원ㆍ달러 환율 하락) 압력을 높여 수출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도 이를 우려해 과도하게 쌓인 달러를 해외로 퍼내기 위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엔 미국 금리인상을 앞둔 신흥국 전반의 통화가치 하락 압력 등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오히려 큰 문제는 불황형 흑자가 경기악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의 수입 급감은 그만큼 국내 수요가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투자수요까지 약화시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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