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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빠져나가 걱정… 외인 심상찮은 'Bye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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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빠져나가 걱정… 외인 심상찮은 'Bye 코리아'

입력
2015.08.0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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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7월 유출액 2조원 육박…

채권 한 달 새 7배나 늘어난 2조 6433억 손털고 빠져나가

신흥국 투자 비중 감소 추세라지만 원화 약세와 수출 부진이 큰 원인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올 봄부터 신흥국 투자 비중을 본격 축소하는 와중에도 한국에선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두 달 간 6조원 넘는 한국 주식 및 채권을 처분하며 자금 회수에 나섰다. 미국 금리 인상이 가까워질수록 ‘바이(Bye) 코리아’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형국이다.

주식ㆍ채권시장 동반 자금이탈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 투자금은 6월을 기점으로 우리 금융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6월 1조1,618억원어치, 7월 1조9,428억원어치의 외국인 보유주식이 각각 순매도됐다. 8월 첫날인 이날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 팔며 코스피지수가 1% 넘게 급락, 다시 2,000선을 위협받는 처지(2008.49)가 됐다.

올 들어 매달 해외자금이 유입됐던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은 6월 한 달간 채권보유액을 3,662억원 줄이더니 지난달엔 그보다 7배 이상 많은 2조6,433억원어치를 정리했다. 자금 유출입이 빈번한 주식시장에 비해 채권시장은 투자자금이 중장기적으로 머무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외국계 자금 이탈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안정된 경제상황, 풍부한 외환보유액 등으로 여타 신흥국과는 다른 대접을 받아왔다. 주식시장의 경우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 3월 중순 이후 신흥국 펀드가 자금 이탈에 몸살을 앓는 와중에도 한국 펀드에는 6월 초까지 줄기차게 투자자금이 흘러 들었다. 이는 우리 경제당국이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우리는 자금 유출 위험이 적다”고 자신해온 근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신흥국 펀드 반등기였던 6월 말~7월 초에조차 한국 증시에선 외국계 자금 유출이 멎지 않을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환율 급등부터 실적 부진까지 악재 산적

글로벌 투자자금의 한국 이탈은 큰 틀에서 신흥국 전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폭되면서 빚어진 신흥국 투자금 회수의 거센 흐름에 우리도 휘말린 셈이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4월 필리핀, 5월 인도네시아, 6월 대만 태국 한국 등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순차적으로 외국인 순매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지적 요인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것이 가파른 속도의 원화 약세다. 6월 중순 이후 원화의 주요 투자국 통화 대비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화 환율은 6~7월 두 달 동안 달러화 대비 5.3%, 유로화 대비 5.0% 각각 올랐다. 아시아 주요국 중 지난달 우리보다 달러 대비 환율 상승폭이 큰 나라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 고전 중인 호주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이래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선진국과의 금리차가 좁혀진 것도 자금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초 1.77%포인트였던 한국과 미국의 국채 금리차(5년물 기준)는 지난달 말 0.39%포인트까지 축소됐다.

공격적인 재정확장 정책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한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도 투자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10곳이 지난 6월 이후 새로 내놓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로 정부(3.0%)나 한국은행(2.8%) 전망치보다 낮다.

“자금유출 더욱 거세질 수도”

시장 일각에선 한국의 안정된 신용평가 지표 등을 들어 외국인 자금 유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은 작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금 유출 정도가 외국인이 보유한 한국 관련 자산 규모(주식 444조원, 채권 106조원)에 비춰볼 때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낙관론의 주요 근거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금리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원화 약세가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수출 부진 등 다른 자금 유출 요인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도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급락 등으로 취약해진 동남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중국 등으로 인해 아시아 역내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경우 한국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마련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 이른바 ‘달러 퍼내기’ 정책 또한 자금 유출을 악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원화 가치가 장기적 절상 흐름을 보이고 있어 수출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환율을 낮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해외투자 장려책이 단기적으론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을 키워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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