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명가’ 휴렛팩커드(HP)가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에 복귀했다. 기업 분사를 앞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주목된다.
3일 IT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P는 올 2분기 글로벌 노트북 시장에서 판매 점유율 21%를 기록, 숙적 레노버를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HP는 노트북 시장 수요 감소세에도 1분기보다 판매량을 10%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점유율은 19.3%로 레노버(20.4%)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 하반기로 예정된 기업 분사가 HP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면서 “이 모멘텀을 이어간다면 HP는 3분기에도 노트북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P는 오는 11월 1일 HP주식회사(프린터ㆍPC 사업)와 HP엔터프라이즈(기업 하드웨어ㆍ서비스 사업)로 분사할 예정이다. 창립 76년 만에 회사가 두 개로 쪼개지는 것인데 PC 시장 위축으로 말미암은 극심한 매출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레노버는 판매량이 1분기보다 2.7% 줄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2분기에는 특히 유럽에서 노트북 수요가 급감했는데 레노버가 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3위는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델에 돌아갔다. 델은 북미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올리면서 1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간만에 새 모델을 내놓은 애플의 활약도 눈부셨다. 애플은 신제품 12인치 맥북에어 외에 기존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시리즈 업그레이드 모델이 두루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이 25%나 증가, 1분기보다 두 계단 오른 4위(점유율 10.9%)에 올랐다. 5위와 6위는 대만 업체인 에이수스와 에이서에 각각 돌아갔다. 7위는 일본의 도시바였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9%로 1분기와 같은 8위에 머물렀는데 판매량은 40.4%나 줄어 눈길을 끌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노트북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시장만 노리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높은 마진을 내는 제품만 소량 생산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조사기관은 올해 노트북 시장 규모가 작년보다 5% 정도 줄어든 1억6,8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이 전체 PC 시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은 미치겠으나 속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트렌드포스 애널리스트 아니타 왕은 “노트북 시장의 주류인 15.6인치 모델에 대해서는 윈도10의 무료 지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라이선스 비용을 고려하면 하반기 노트북 시장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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