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의 백종원(50)이 결국 주방을 비웠다. 아버지 백승탁 전 충남교육감이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자 MBC 측은 지난달 26일 “백종원씨의 의사를 존중해 이번 주 녹화에 불참하기로 했다”며 백씨의 일시 하차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마리텔의 개국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백종원이 빠진 마리텔은 어땠을까?
지난 1일 방송에는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 방송인 김구라, 마술사 이은결, 패션 디자이너 황재근, 에이핑크 남주가 출연해 1인 방송을 진행했다. 마리텔 시청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는 백주부(백종원의 닉네임)이었기에 그의 공백은 곧 방송 자체의 위기라는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 사이에서 ‘위기를 재치 있게 모면하는 모습이 역시 마리텔스러웠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시청 점유율에서 한번도 백주부 방송을 뛰어넘어본 적이 없는 김구라는 방송 초반 “백주부가 빠져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을 갖게 된다”면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첫 출연한 패션 디자이너 황재근은 백주부가 쓰던 주방에서 독특한 말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일밤-복면가왕’에 나오는 복면을 디자인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새로운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의 방송은 말 할 것도 없었다. 17년 전 ‘하나둘셋 TV유치원’에서 함께 종이접기를 했던 배우 신세경이 스튜디오에 깜짝 등장하자 김영만은 “내 새끼 이렇게 컸어?”라고 말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마리텔의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인 자막도 한몫했다. 제작진은 ‘생방송 절대강자 백종원의 부재’ ‘골드멤버 백주부’ 등의 자막에 백종원의 얼굴을 함께 등장시키며 그의 빈자리를 웃음 소재로 적극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률도 우려와 달랐다. 이날 방송의 전국 시청률은 7.2%로 지난주보다 1.6%포인트 떨어졌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이던 백종원의 일시 하차 직후 방송 치고는 선전했다는 평가다.
‘마리텔’이 그다지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하나 백종원의 출연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는 뜨겁다. 백종원의 일시 하차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한 네티즌이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백주부(백종원)님의 복귀를 청원합니다’ 글에는 2일까지 700여 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아버지가 책임질 일에 왜 아들이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닉네임 힉스입자)’ ‘백주부님! 다시 보고 싶어요. 백주부님 때문에 마리텔 보는데ㅠㅠ(몽몽이)’ ‘하루빨리 복귀해서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바랍니다(방랑자)’ 등의 응원이 이어졌다. 백종원의 부재로 백 주부의 영향력이 더 느껴진 하루였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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