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관·문화의집 늘어나 체험·여가활동·진로탐색 거점으로
활동 통해 인터넷 중독 극복하기도… 시설 부족·운영비 지원 문제 숙제
“보드게임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배운 적이 없는 5가지 경제활동을 알게 됐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보라매청소년수련관에서 ‘청소년 경제 교실’ 수업을 들은 초등학교 5학생 윤재윤(11)군은 한껏 들떠 있었다. 윤군은 저축 구매 기부 보험 투자를 5가지 경제활동으로 또박또박 꼽고선 “저축을 해서 자전거를 사고 싶고, 기부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이 수련관 2층에서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서울시-베이징시의 청소년 문화예술 교류 행사인 ‘조이 댄싱 베이징’(Joy Dancing Beijing)에 참가하는 청소년 댄스팀 ‘LJ팀’이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15~19세 청소년 12명으로 결성된 LJ팀은 서울시 청소년 댄스동아리 경연에서 1등을 차지, 3일 서울시 대표로 출국한다. 또 수련관 1층에서는 50여명의 청소년과 지역 주민들이 포켓볼과 탁구를 치고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관심에 맞춰 청소년수련관에서 방학을 신나게 즐기는 모습이었다.
청소년수련시설이 집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시설’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개 산속 등에 위치한 숙박형 시설인 청소년수련원ㆍ야영장, 유스호스텔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2000년 이후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설치를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현재 청소년수련관과 문화의집은 전국에 420개(수련관 187개, 문화의집 233개) 설치돼 있으며, 서울에는 종로구를 제외하고 모든 구에 총 33개의 수련관이 있다.
이 시설들은 다양한 청소년 활동 시설과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 내의 학교와 연계해 방과후 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자유학기제 시행에 맞춰 직업 체험 등도 구상 중이다. 갖가지 체험과 여가활동은 물론 진로탐색도 할 수 있는 청소년 활동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라매청소년수련관은 학교와 연계한 체험활동 등으로 하루 평균 1,000여명의 청소년이 이용하고 있다. 주말에는 청소년들이 많아 방이 모자랄 정도다. 이 수련관에서 활동하는 동아리가 40여개 인데, 이중 절반이 춤과 노래 관련 동아리라 댄스연습실은 이용 신청자를 다 못 받을 만큼 인기가 많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고 연습실 운영회칙을 정하는가 하면, 수련관 내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등 과거 수동적인 프로그램 참여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수련관 활동을 통해 눈에 띄게 변화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권준근 보라매청소년수련관 관장은 “인터넷 중독에 빠졌던 한 청소년은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조금씩 중독을 극복해 지금은 사회복지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며 “또 다른 인터넷 중독 청소년이 국토순례 등의 활동과 지속적인 상담ㆍ관리로 치유되자 그 할아버지가 수련관과 서울시장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많다. 청소년활동진흥법 상 각 시ㆍ군ㆍ구(전국 226개)가 1개 이상 설치하도록 한 청소년수련관은 설치율이 82.7%이고, 읍ㆍ면ㆍ동(전국 3,496개)이 설치해야 하는 문화의집은 설치율이 6.6%에 불과하다.
운영 구조 역시 문제다. 대부분 청소년 수련시설은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건립한 뒤 운영은 민간에 위탁하는데, 운영비를 지자체가 일부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민간업체 스스로 수익을 내 충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운영 업체는 프로그램 참가비와 강의실 대관료를 받거나 카페 식당 등을 운영해 운영비를 벌고 있다. 공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또 한해 정부가 지원하는 수련시설 관련 운영 예산은 50억원뿐이며 이중 핵심인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예산은 4억원에 불과하다.
김진호 한국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교수는 “정부가 청소년시설 운영비를 전액 지원해 시설은 인건비 걱정 없이 질 높은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집 주변에 청소년 수련시설이 있는데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면 멀리 가지 않아도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며 “정부도 시설 확충과 프로그램 내실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 활동 프로그램 정보는 ‘청소년 활동정보 서비스’(www.youth.go.kr)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으며, 8월 중순 이후 집 근처의 청소년 수련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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