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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원더걸스' 성공할까

입력
2015.08.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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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규 3집 '리부트' 공개

파격적인 바디 수트 의상도 눈길

"연주 퍼포먼스와 춤 조화가 관건"

밴드로 변신한 원더걸스 멤버들. 왼쪽부터 예은(건반) 유빈(드럼) 혜림(기타) 선미(베이스 기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밴드로 변신한 원더걸스 멤버들. 왼쪽부터 예은(건반) 유빈(드럼) 혜림(기타) 선미(베이스 기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따 다라라 다~.” 긴 머리의 여성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기타줄을 튕기며 침묵을 깼다.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두 여성이 드럼과 베이스 연주를 차례로 이어가는 모습이 낯설지만, 진지했다. 홍대 인디밴드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초 서울 청담동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연습실. 그룹 원더걸스의 네 멤버인 유빈 예은 선미 혜림이 두 번째 미니앨범 ‘원더 파티’(2012)에 실린 ‘걸프렌드’를 직접 연주했다. 박진영 JYP 프로듀서를 비롯해 정욱 대표 등이 지켜보는 자리에서의 첫 합주였다. 기대 이상이었다. 지켜보던 소속사 직원들도 놀랐다. ‘다음은 밴드다!’ 모두의 마음 속에 동시에 떠오른 외침. 이때를 떠올리며 정 대표는 “원더걸스가 자신들의 노래를 밴드 음악으로 연주하는데 정말 신선했다. 멤버들이 너무 대견했다”며 웃었다. ‘밴드 원더걸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원더걸스가 3일 ‘4인조 여성 밴드’로 돌아온다. 섹시한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총알춤’(‘노바디’)을 추던 ‘국민 걸그룹’이 돌연 밴드라니. ‘일’을 벌인 건 다름 아닌 원더걸스 멤버들이었다. 시작은 소박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예은이 그룹 활동 중 틈틈이 악기를 배우자, 다른 멤버들도 하나 둘씩 ‘나도 한 번 해볼까’ 악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유빈은 드럼, 예은은 베이스, 혜림은 기타에 관심을 보였다. 네 멤버들이 각자 악기를 연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속사는 첫 합주 자리를 마련, 여기서 ‘밴드 원더걸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변화의 길을 열어줬다. 이후 원더걸스 멤버들은 1년 6개월여 동안 전문 연주자에게 집중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물을 3일 공개할 정규 3집 ‘리부트’에 담았다.

춤추던 걸그룹의 악기 연주 실력은 어떨까. 최근 온라인에 공개된 원더걸스 네 멤버의 악기 연주 티저 영상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기대 안 했는데 실제로 연주를 잘해 놀랐다”고 귀띔했다. 특히 선미의 베이스 연주 실력이 남달랐다는 후문이다. 원더걸스는 타이틀곡 ‘아이 필 유’를 제외한 앨범 수록곡 11곡을 직접 만들었다.

밴드 변신만큼 파격적인 게 무대 의상이다. 원더걸스는 원피스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바디 수트’를 입고 악기를 잡는다. 이는 ‘배드 케이스 오브 러빙 유’ 등으로 유명한 로버트 팔머가 1980년대 ‘애딕티드 투 러브’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이미지와 비슷하다. 붉은색 립스틱을 칠하고 섹시한 원피스를 입은 여성들이 건반과 기타를 메고 무표정하게 가벼운 춤을 추는 모습으로, 비욘세가 ‘그린라이트’(2007)에서 차용한 바 있는 콘셉트다. 밴드라는 낯선 포맷을 1980년대 유행했던 음악 스타일에 담아 대중적인 친숙함을 잡는 동시에 걸그룹으로서의 섹시함도 놓치지 않겠다는 JYP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JYP는 이번 앨범의 큰 줄기를 ‘복고 밴드’로 잡고, 이에 맞춰 수록곡 구성과 무대 등을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더걸스의 밴드 도전은 앞으로의 팀 활동에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활동은 지난 7월 팀 리더인 선예와 막내 소희가 그룹 탈퇴를 선언한 뒤 4인조로 재편된 후 첫 공식 활동이다. 원더걸스에겐 더 없이 중요한 시기라 밴드 활동의 성패가 추후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 색을 찾고자 데뷔 8년 만에 감행한 모험이지만, 가요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걸그룹 밴드에 대한 시선이 남성 밴드만큼 호의적이지 않은 데다 성공 사례도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A.O.A가 2012년 데뷔 당시 밴드 활동에 도전해 ‘쓴 맛’을 본 게 대표적이다. 1990년대 후반 세 자매로 구성된 한스밴드가 주목을 받긴 했지만, 이들의 인기도 오래가진 못했다.

그만큼 밴드로 새 출발에 나선 원더걸스의 성공 여부에 가요계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다. 이현우 음악평론가는 “아직까지 일반적인 음악청취자들이 원더걸스에 바라는 건 춤을 추는 걸그룹”이라며 “이를 밴드 음악으로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이번 활동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아이돌로 시작해 직접 연주와 곡까지 쓰는 밴드에 도전한 건 바람직한 방향이고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며 “다만 밴드로 나선 만큼 곡과 라이브 연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텐데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란 의견을 냈다. Mnet 음악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을 총괄하는 강희정 국장은 “원더걸스가 정통 밴드는 아닌 만큼 연주라는 퍼포먼스를 음악 방송에서 어떻게 춤과 결합할지가 기대 요소이자 이번 활동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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