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역구 의원 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 지금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방미 중 로스앤젤레스 한인언론인들과의 간담회에서다. 선거구재획정 작업에서 비례대표 수를 줄이고 지역구 수를 늘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새로 제시한 선거구간 최대 인구편차 2 대 1 기준에 맞추겠다는 발상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제안한 의원 정수 증원 방안에 대해 거센 반대여론이 거듭 확인된 만큼 의원 늘리기를 않겠다는 건 납득이 된다. 그러나 비례대표를 희생해 헌재의 인구편차 기준에 맞춘다는 발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현행 단순 다수대표제인 소선구제도는 다량의 사표(死票)를 발생시키고 지역대립 구도를 고착화하는 문제가 크다. 비례대표제는 그런 경향을 완화시키고 다양한 직능과 전문분야 인사들을 의회에 진출시키는 제도다. 정치권과 학계에서 비례대표 규모를 더 늘리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제기돼온 것은 그 때문이다.
김 대표의 방안은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또한 중앙선관위가 지난 2월 제안한 가이드라인에도 배치된다. 현 300의석을 지역 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조정하고, 권역별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자는 게 그 가이드 라인의 핵심이다. 사표가 줄어 승자독식주의가 개선되고, 지역대립구도가 완화되며 다양한 정치세력의 의회 진입이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우리는 정파적 이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앙선관위의 가이드 라인이 선거구획정과 지역구ㆍ비례대표 비율 재조정 작업 과정에서 합리적 기준이 될만하다고 보았다.
여야가 각각 선호하고 주장하는 선거구획정 방안에는 나름의 명분들이 있으되, 바탕에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특히 김 대표가 밝힌 비례대표 축소는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과 현재의 유리한 구도를 지키겠다는 속셈이다. 야당 혁신위가 제안한 의원정수 조정도 마찬가지다. 물론 중앙선관위 방안도 지방의 지역구가 대폭 주는 데 따른 지역 및 농어촌 대표성이 훼손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지역구를 대폭 줄이는 정치관계법개정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따라서 선거구획정 작업은 중앙선관위 소속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진행하고, 여야는 여기에 적극 협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비례대표 규모 축소와 같은 정치발전 흐름에 어긋나는 퇴행적 시도는 안 된다. 여야 모두 스스로를 덜어내지 않고는 합의를 이루기도, 국민의 동의를 얻기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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