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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중국 소프트파워의 한계

입력
2015.08.0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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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무력이나 폭력을 쓰지 않고도 다른 나라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7년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은 중국이 소프트파워를 키워야 한다고 공산당에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지난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중국처럼 경제적ㆍ군사적 힘이 확대되는 나라는 자칫 주변 국가들에게 겁을 줘 이에 대항하는 연합전선을 형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들은 중국이 보다 덜 무섭게 보이도록 하는 전략을 반드시 세울 필요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파워를 키우겠다는 그들의 야심 앞에는 큰 장벽들이 있다.

중국의 이런 노력이 약간의 효과를 본 건 분명하다. 중국은 여러 나라들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회원으로 가입시켰고, 국가주석의 해외방문 기간 동안 수십억달러의 원조금을 나눠줬다. 일각에선 소프트파워에 관한 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의 중국학자 데이비드 섐보우는 중국이 대략 연간 100억달러를 대외용 선전에 쓴다고 추정했다. 미국은 지난해 공공외교 부문에 6억6,600만달러를 썼을 뿐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써서 얻어내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북미, 유럽, 인도, 일본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중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지역은 남미와 아프리카 정도다. 이 곳은 중국과 영토 분쟁이 없고 인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런 지역의 여러 나라들에서도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노동력을 수입하는 중국 관행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결합해 영리한 전략을 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가 자국의 소프트파워를 얻는 원천은 주로 세 가지다. (호소력이 있는 분야의) 문화, (국내와 해외에서 잘 지켜지는) 정치적 가치, (합당해 보이고 도덕적 권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해외 정책이 그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문화적, 경제적 강점을 강조해왔으나 정작 정치적 측면이 그런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최근 국제 여론조사를 살펴 보면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커지지 못하는 데에 크게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는 국수주의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높은 수치의 경제적 성장을 강조하는 한편 국수주의를 내세웠다. 중국이 남중국해 등지에서 이웃 국가들을 적으로 돌리는 정책을 펼치면서 국수주의를 강조한 결과 시진핑의 ‘차이니스 드림’이 지닌 보편적 매력은 계속 줄어들었다.

예를 들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몇몇 섬들에 대해 소유권 분쟁을 벌이는 한편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중국문화 강습을 위한 공자학원을 설립했는데 이런 건 그다지 큰 호감을 얻기 힘들다.(중국은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약 500개 가량의 비슷한 학원을 열었다) 중국의 해외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베트남에서 일어난 반중국 폭동으로 알 수 있다. 이 폭동은 지난해 중국과 베트남이 서로 자기네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중국이 석유시추공사를 한 뒤 일어났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중국이 민간에 대한 검열을 풀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밝혔듯 중국 공산당은 국가의 소프트파워가 주로 개인들, 사적 영역 그리고 민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전세계를 매료시킬 것이라고 믿는 고전적인 문화 아이콘을 홍보하고 종종 선전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정부가 소프트파워의 주요 원천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선 정보가 남아돌 정도로 넘친다. 부족한 건 관심이다. 관심은 정보에 신뢰성이 있어야 움직인다. 그리고 정부의 선전 중에서 믿을 만한 건 거의 없다. 중국은 신화통신과 CCTV를 CNN, BBC의 경쟁자로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믿음직스럽지 않은 중국의 선전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대부분의 소프트파워를 정부가 아닌 민간의 영역에서 얻는다. 그 영역은 대학과 재단에서 할리우드와 대중문화까지 모든 걸 포괄한다. 중국은 아직 미국과 라이벌을 형성할 만큼 할리우드나 미국 대학들의 규모에 맞는 세계적 문화 산업을 갖추지 못했다.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상당 부분 만들어내는 비정부단체(NGO)가 중국에는 없다는 점이다.

국가 이미지 해외 홍보 외에 소프트파워의 비정부적 원천이 민간의 비판적이고 자유로운 반응을 통해 정부의 인기 없는 정책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한 예다. 중국은 그와 반대로 정부 정책들이 줄곧 자국의 소프트파워가 이뤄낸 성공들을 갉아먹는 걸 지켜봐 왔다.

중국은 자국 내 인권운동가들에 대한 강력탄압 정책을 펼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덕에 올라간 소프트파워를 스스로 깎아 내렸다.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사오보를 투옥해 오슬로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한 사실이 TV로 전세계에 방송된 탓에 2009년 상하이엑스포로 얻은 이득도 급속도로 사라졌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를 ‘자신의 메시지를 스스로 짓밟는 행위’라고 부른다.

중국의 원조 프로그램은 종종 성공적이고 건설적이다. 중국의 경제는 강하고, 많은 사람들은 중국 전통문화에 감탄한다. 중국이 자국의 소프트파워가 지닌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싶다면 자국과 해외에서 행하고 있는 정책들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웃나라들에 대한 주장을 줄이고 시민사회가 온전히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중국이 국수주의를 부채질하고 통제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붙잡고 있는 한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언제나 성장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ㆍ국제정치학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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