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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父子 전쟁'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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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父子 전쟁'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넜다

입력
2015.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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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6월 신동빈 긴급 호출

"중국 사업 적자 왜 보고 안 하나"

뺨까지 떄리며 격노·배신감 표출

신선호 "신격호, 경영권 뺏겼다 생각"

차남은 결국 아버지 끌어내려

"형제 싸움 넘어 또다른 戰線" 분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31일 부친의 기일 제사를 마친 뒤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신 사장은 취재진에게 “신 총괄회장은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이 31일 부친의 기일 제사를 마친 뒤 서울 성북동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자택을 나서고 있다. 신 사장은 취재진에게 “신 총괄회장은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본질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아니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 회장간 ‘부자전쟁’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이들 부자는 성장배경과 경영철학, 인사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오래 전부터 갈등이 잠복되어 왔으며, 지난 6월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만큼 골이 깊어 졌다는 분석이다.

31일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6월 중순 신 회장을 롯데호텔 34층 집무실로 긴급 호출, “중국에서 얼마나 적자가 많길래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느냐”고 역정을 냈다. 신 회장은 진노한 아버지의 기색에 당황해 “중국 사업은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리고 자세한 것은 조만간 보고를 드리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신 총괄회장은 “그런 식으로 사업을 해서 되겠느냐, 나를 속이려 들지 말고 제대로 보고하라”며 신 회장의 오른 뺨을 때렸고 신 회장은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한 소식통은 “신 회장의 나이가 올해 만 60세다. 아무리 엄격한 아버지이지만 환갑 나이에 뺨까지 맞은 신 회장으로선 매우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이렇게 진노한 데는 ‘자식마저 나를 속인다’는 심리적 강박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은 전통적인 일본 경영방식에 익숙해 무엇보다 업무보고를 중시한다. 아울러 창업주로서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신 총괄회장이 작년 말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을 직위 해제했던 것도 보고 누락이었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의 중국사업부진에 대해 자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궁지에 몰린 신 회장은 지난달 7일 강희태 롯데백화점 부사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찾아가 롯데의 중국사업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지만, 신 총괄회장은 냉랭한 태도를 접지 않았다. 이후 지난달 15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고, 이를 언론보도를 보고 뒤늦게 확인한 신 총괄회장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측은 KBS 인터뷰에서 ‘7월17일자로 장남 신동주를 한국 롯데그룹 회장으로 임명하고, 차남 신동빈을 후계자로 승인한 사실이 없다’는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도장이 찍힌 문서를 공개했다. 같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신 총괄회장의 육성파일도 공개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내용은 다른 사람이 쓰고 총괄회장 서명만 받았다.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고 반박했다.

롯데 일가가 최근 불거진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 가족회의를 한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집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롯데 일가가 최근 불거진 신동주·동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놓고 가족회의를 한 31일 오후 서울 성북구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집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가족제사모임 참석차 이날 귀국한 신 총괄회장의 셋째 남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괄회장은 아들인 신 회장에게 경영권을 탈취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유통사업을 중시하는 신 총괄회장과 달리,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 등에서 글로벌 경영흐름을 수업한 신 회장은 기존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신 회장은 특히 금융과 에너지사업 부문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전력을 쏟았는데,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인수는 대표적인 그의 작품이다. 한 관계자는 “껌과 초콜릿, 백화점과 할인점 등 제과와 유통사업을 통해 성장한 롯데의 전통과 역사를 고려할 때 신 총괄회장은 금융이나 석유화학 등 이질적인 산업문화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은 총수 지위에 올랐으면서도 작은 투자, 인사 하나까지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해야 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상당히 누적되어 왔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견은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 롯데월드 건립을 놓고도 표면화했다. 신 회장으로선 아버지의 숙원사업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건설과정에서 떠안게 될 정치적 부담과 리스크를 놓고 상당히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누적된 갈등이 경영권 문제를 놓고 폭발한 것”이라며 “부자간 분쟁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trend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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