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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스토킹, 고작 벌금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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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스토킹, 고작 벌금 10만원?

입력
2015.08.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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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규정 '경범죄 처벌법'이 유일, 솜방망이 단죄에 재범 활개

대구 40대 여성 살인사건 용의자 구속영장 2번 기각돼… 참사 못막아

'스토커 처벌법' 국회 문턱서 막혀

수년째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는 30대 여성 A씨. 전 직장 상사였던 남성은 처음에는 “좋아한다”는 문자를 계속 보내다가 어느 날 집 앞까지 몰래 쫓아와 일방적으로 구애하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A씨는 사표까지 냈지만 남성의 협박이 그치지 않자 고민 끝에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협박 문자메시지를 복사해 오면 범칙금 10만원으로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큰 피해를 당한 후에나 가해자 처벌이 가능한 현실이 너무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스토킹의 위험성은 단순한 집착에 머물지 않고 성폭행과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스토킹을 제지할 법적 장치가 미약해 가해자의 재범 의지를 꺾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에 따르면 현재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범죄 처벌법이 유일하다. 경범죄 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형에 처해진다.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비하면 유명무실한 처벌 수위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제재가 약한 탓에 스토킹 행위로 신고돼 경찰 조사를 받더라도 즉시 풀려나 재차 스토킹에 나서는 가해자가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토킹이 흉악범죄로 둔갑하는 경우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7일 대구 서구의 한 골목에서 여성 A(49)씨가 살해 당한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A씨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쫓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A씨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숨지기 전 스토킹과 관련한 상담을 수차례 요청하고 경찰이 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검찰 단계에서 두 번이나 기각됐다. 피해를 입었다는 A씨의 진술과 남성의 진술이 상반됐다는 이유 때문. 경찰 관계자는 “실정법에는 피해자를 스토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법률이 없다”며 “신고를 받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실무상 검찰 단계에서 단순 협박 혐의로 구속영장을 받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법원은 단순 스토킹 범죄에 대한 형량을 주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한정하는 추세다. 전주지법은 4월 이별한 여성의 반라 사진 등을 뿌리는 등 스토킹 행각을 벌인 남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스토킹이 다른 범죄를 수반하지 않으면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에 따라 형량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만 관련 법은 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회에는 2000년대 초부터 스토커 처벌과 관계된 법률이 꾸준히 발의됐으나 한 번도 통과된 적이 없다. 스토커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법 등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3건의 법안도 법사위에 상정만 됐을 뿐, 아직 소위원회 심의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대형 스토킹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별도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스토킹이라는 행위 자체가 모호해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스토킹 행위를 중범죄로 인식해 스토커에 대해 정신감정을 강제하거나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마련돼야 경찰도 스토커에 대해 선제적인 방어를 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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