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오래된 냉면집 구석에 공중전화가 놓여 있다. 깔끔한 겉모습에 혹해서 봤더니 동전으로만 작동되는 구식 중의 구식. 하기야 최첨단 휴대폰 시대에 어떤 공중전화가 나온들 ‘신상’ 소릴 들을 수 있을까. 불쑥 통화 충동이 일어 묵직한 수화기를 드니 주머니엔 동전 한 잎 잡히질 않는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머리 속은 전화번호 하나 기억하는 게 없다. 어린아이 호기심 채우듯 버튼 몇 개 눌러 보고 돌아서니 디지털도 아날로그도 아닌 어정쩡한 인간이 된 느낌이다. 어느덧 공중전화는 어려운 통신기기가 돼버렸고 추억을 곱씹기에도 너무 멀리 와버린 느낌이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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