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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고리, 동네서점이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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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책과 가까워지는 고리, 동네서점이 앞장설 것"

입력
2015.07.3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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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씨는 "동네서점 살리기가 출판계와 작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주현씨는 "동네서점 살리기가 출판계와 작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서점주들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 두말 할 것도 없지요. 서로 협력하면, 존폐위기의 서점 보호뿐 아니라 책을 가까이하는 사회가 다시금 조성되리라고 봅니다.”

조주현(44) 종로 좋은책방 협의회 협회장은 지난 31일 한국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종로 좋은책방 협의회는 종로구 동네서점 20여곳이 모여 만든 모임. 지난달 초 종로구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네서점 살리기 운동에 발맞춰 이 협의회와 도서구매 협약을 맺었다. 조씨는 “종로구청과의 협약으로 인해 요즘 일할 맛이 난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종로6가에서 2대째 ‘유한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조씨는 아버지가 경영한 기간까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서점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특히 지난 10년간 동네서점들은 가격할인과 무료배송을 내세운 온라인서점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문을 닫은 서점도 수없이 많다. 쇠락해가던 동네 서점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그는 종로서점조합원들과 머리를 맞댔다. “서점이 사라지면 지역 주민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서점을 지켜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끊임없이 고민했죠.”

동네서점들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던 중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과 함께 구청이 적극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서점업계에선 지역 서점을 살려달라고 정부에 숱하게 호소해 왔습니다. 그 결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지역 서점과의 거래를 독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암담했던 현실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지난 3월 전수조사에 착수한 구청은 먼저 ‘동네서점’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정했다. 오프라인 매장소유, 매장 내 책이 차지하는 면적 60% 이상, 주 50시간 운영 등이다. 이 같은 조건에 따라 종로구 내 50여개의 서점 중 우선 20개의 서점이 협약 대상으로 선정됐다.

형평성을 위해 구매순번은 추첨으로 정했다. 순번에 따라 협의회 소속 서점들은 종로구 관내 구립도서관 16개소에 도서를 납품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학교 60개교에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사업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조씨는 “벌써 두세 차례 납품을 했다”며 “어려움을 함께 견뎌온 서점주들이 이제서야 웃는다”고 했다. 협의회는 종로구청과의 상생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협약으로 인한 수익금 중 일부를 지역사회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협의회와 구청은 종로구를 ‘책 읽는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북 페스티벌’과 ‘특색 있는 도서관’ 설립을 논의 중이다. “동네 서점들의 이익 창출에서 멈추면 협약으로 인한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도서관에 익숙해지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결국 선순환 효과를 일으킨다고 판단했죠. 종로구에 문화 유적이 다수 소재하고 패션의 중심지인 동대문이 있는 점을 살려 문화재ㆍ패션ㆍ섬유 도서관 등을 건의했습니다. 구청장께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있어 크게 기대됩니다.”

글ㆍ사진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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