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이사회 회의 문서 공개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지급 참여 여부 결정을 한동안 유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칫 정리 수순에 들어간 그리스 위기 상황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만일 IMF가 추가 구제금융지급에서 빠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3차 구제금융 협상이 다음 채무상환일인 8월 20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 등이 부담해야 할 금융재원이 늘어 난항이 거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IMF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IMF가 지난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그리스 정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유럽중앙은행(ECB) 등과의 채권단 협상에는 참여하지만 860억유로(한화 109조8,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할지에 대해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날 이사회 내용을 담은 4페이지짜리 ‘극비문서’ 요약본을 공개하면서 “IMF가 구제금융에 정식으로 참여하기 위해선 그리스 정부가 종합적인 개혁조치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의 채권국들이 채무경감에 우선 합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리스가 추가적인 개혁조치 결정을 내리는데 늑장을 부리고 있으며, 여기에 맞물려 채권국들의 채무경감 계획이 늦어진다면 IMF가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할 명분이 약해 결정을 유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IMF관계자는 “그리스는 가을이 되어서야 중요한 몇몇 개혁조치에 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유로존 채권국들은 이를 지켜본 후 채무경감 문제를 다루려 할 것”이라며 “IMF와 다른 채권국들이 그리스 부채 이슈에 대해 갖는 견해 차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고 밝혔다.
IMF의 이 같은 유보적인 입장 발표는 사실상 독일을 포함한 채권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그리스 채무 탕감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채권국들은 그리스 채무에 대해 만기연장, 이자납부 연기 등 그야말로 ‘재조정’만 동의했을 뿐, 적극적인 ‘탕감’에 대해선 고개를 내저어왔다. 텔레그라프는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IMF가 조건들을 내걸며 유보결정을 내려 혼란을 겪게 됐다”라며 “최악의 경우 IMF가 내년까지 3차 구제금융 참여 결정을 늦출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IMF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IMF와 함께 ‘트로이카’로 불리며 그리스 주요 채권단을 이루는 EC와 ECB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 진단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진행된다면 1위 채권국 독일 의회가 3차 구제금융 지급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져 급기야 그리스 위기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위기 재점화를 IMF는 물론 독일도 원하지 않는다. 신문은 “베를린은 결국 고집을 부리더라도 IMF를 붙잡아 놓는 데 전력을 다하게 될 것”이라며 쉽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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