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내 공사비 지급 워칙, 협력사 30여곳에 금융 지원
선물 안받기 등 투명경영 실천, 어린이 공부방 130호 달성

건설사만큼 ‘딸린 식구’가 많은 직종이 또 있을까. 아파트 공사만 하더라도 땅 파기, 골조 세우기, 내부 마감하기 등 수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건설사는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전문업체를 선정하고 일을 맡기는 게 보통이다. 이들이 바로 하청업체들인데, 건설사들의 ‘간택’을 받아야만 하는 숙명인 탓에 상대적으로 늘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과의 동반성장을 경영 핵심으로 두는 한 건설사가 있다. GS건설이다. 일단 회사측은 하청업체란 표현대신 협력사, 파트너로 부른다. 함께 일하는 업체로서 상하관계의 어감이 강한 표현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동반성장도 그저 “잘 해보자”는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소통과 상생을 위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다.
동반성장, 베푸는 게 아니라 함께 주고 받는 것
GS건설과 협력사의 대표 소통 창구는 두 곳이다. 우선 2004년부터 연 1~2회 협력사 대표이사들과 GS건설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이 CEO 포럼’이 있다. 만나서 악수하고 사진을 찍는 등의 보여주기 식 행사가 아니라 실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강연을 함께 듣는 게 특징이다.
가령 지난해엔 김무곤 동국대 교수를 초청해 ‘21세기 리더의 키워드, 공존지수’란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연줄,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나갔고 앞으로는 남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가 뛰어난 성공을 거둘 것이란 내용이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공존지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약자라고 우습게 보지 말 것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마음 속 생각을 적극적으로 전달할 것 ▦남을 도울 땐 화끈하게 도와줄 것 ▦남의 기획을 비판하지 말 것 ▦회사 돈이라고 함부로 쓰지 말 것 등을 언급했다. 최귀주 GS건설 조달본부장 상무는 “매년 이런 구체적 ‘팁’을 공유하고 가치관을 맞춰갔더니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주요 20여개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건의사항을 듣는 ‘그레이트 파트너십 동반성장협의회’도 중요한 대화 통로다. GS건설은 2년 전 이 회의에서 한 토목공사 수행 협력사가 “건설경기 악화로 자금 줄이 막혔다”며 금융지원을 요청하자 상생펀드 등을 통해 7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GS건설의 재무 전문가가 직접 해당 회사를 방문해 컨설팅을 해 주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GS건설이 직ㆍ간접적 금융지원을 하는 협력사는 현재 30여곳에 이른다.
더불어 협력사가 공사 대금을 못 받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GS건설은 공사비 지급도 공사 후 10일을 넘기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윤리 경영에 성역 없다
GS건설은 내부 관리도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1994년 일찌감치 윤리규범을 제정했고 꾸준히 관련 시스템도 구축해 나갔다.
특히 선물 안받기 캠페인, 사이버 신문고 운영, 협력업체 주식보유 금지 등 다양한 투명 경영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또 자신이 하는 업무에서 윤리 경영은 무엇이고 비위 행위는 무엇인지 쉽게 알도록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윤리경영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GS건설은 미국 다우존스가 발표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4년 연속 편입될 만큼 투명경영을 인정받고 있다. DJSI는 재무성과뿐 아니라 지배구조, 위험관리, 상생, 사회공헌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여기에 편입돼 있다는 건 ‘착한 기업’ ‘투명 기업’이라는 점을 인정 받은 것이기도 하다. 건설사 중에선 세계에서 6곳만 포함됐을 정도로 편입의 문턱이 높다.
GS건설 측은 “지속가능 경영은 주주, 고객, 회사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와 투명한 소통을 가능케 하며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사회공헌도 남다르다. 기부금을 내는 식이 아니라 건설사 특성을 십분 발휘한다.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저소득 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부방 지원사업’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탓에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의 보살핌을 온전히 받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GS건설은 학업과 놀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교육ㆍ놀이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꿈과 희망의 공부방’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미래의 주인공을 양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 공부방 사업은 어린이 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데 GS건설은 매년 40명의 어린이를 선정해 이 아이들의 가정을 방문, 공부방을 직접 꾸며준다. 2011년부터 5년간 지원한 공부방이 130호점에 이른다.
공부방 조성 뒤엔 아이들이 공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GS건설 직원들이 일대일로 멘토링을 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사진과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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