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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년째 제로 금리… 왜 자꾸 올리려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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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7년째 제로 금리… 왜 자꾸 올리려 할까요

입력
2015.07.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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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소비 위축 등 부작용… 경기 하락 때 쓸 카드 마련 의미도

달러 가치 오르고 다른 화폐 하락, 신흥국서 투자 자금 유출 우려

미국의 기준금리는 제로(0)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0%는 아니고 0~0.25% 사이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걸 제로금리라고 부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렇게 낮아진 건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 2008년 12월부터입니다. 올해 연말까지 이런 금리 수준이 계속 이어지면 미국은 7년째 제로금리를 이어가는 셈이 됩니다. 세계 경제는 미국이 언제 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금리 결정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할 때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은 출렁댑니다. 그만큼 미국 금리 인상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얘기일 텐데요. 미국 금리를 둘러싼 기초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몇 가지 궁금증들을 풀어보겠습니다.

1. 미국 중앙은행은 왜 금리를 올리려고 할까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춘 건 경기를 살려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경기가 충분히 살아날 때까지 계속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놔두면 왜 안 될까요. 왜 연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굳이 기준금리를 올리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당연히 부작용 때문일 텐데요. 기준금리가 계속 이렇게 제로 수준으로 머물러 있을 경우에 어떤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걸까요.

우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입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데도 적정한 때에 걷어들이지 않는다면 물가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겠죠. 지금이야 저물가 때문에 시름한다지만, 저금리를 마냥 방치하다가는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자산 버블(거품)도 걱정거리입니다. 과도한 유동성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커지는 거품은 언젠가는 급격히 꺼질 수 있겠죠. 그럴 경우 약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그럴 경우 기준금리를 낮춰서 대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여지가 없는 제로금리 상황입니다. 거품이 꺼지는 충격에 대응할 카드가 없다는 얘깁니다.

은퇴한 노령층이나 은퇴를 앞둔 장년층들의 노후설계도 어려워집니다. 자산이 많아도 이자율이 낮으면 은퇴 후 이자만 받아서 생활을 하기 어렵고 그러면 노후가 불안해집니다. 노후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지갑을 더욱 닫아버립니다. 소비심리를 살려보려고 금리를 낮춘 것인데 금리가 낮은 상황이 길어지면 오히려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연준으로선 지금 금리를 올렸을 때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면 일단 금리를 몇 단계 올려놓고 향후 경기 하락 시에 쓸 수 있는 카드를 갖고 싶을 겁니다.

2. 미국은 금리를 언제쯤 올릴까요.

미국이 금리를 언제 올릴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실 금리 인상을 결정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도 아직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쯤 올린다는 계획을 미리 정해놓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옐런 의장은 지난 5월 22일 한 지역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어서 적어도 올해 안에는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입니다.

시장에서는 오는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지만 이 예상도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바뀝니다. 매일 매일 미국에서 쏟아지는 경제지표들을 우리가 관심있게 보는 이유는 그 지표에 따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서 어떤 힌트를 줄지 관심을 모았던 7월29일 FOMC 회의에서는 '고용상황이 좀 더(some further) 개선되어야 하고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2%로 올라갈 거라는 확신이 생길 때 금리를 올리겠다'는 입장이 나왔는데요. 지난 몇 달 동안과의 동일한 성명 문구에 ‘좀 더’라는 표현만 추가가 된 겁니다. ‘고용시장이 많이 개선됐으니 조금만 더 나아지면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그래서 시장에서는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좀 더 열어놓은 입장 표명이라는 진단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상황이 정말 ‘좀 더’ 개선될 지도 미지수이고 물가상승률이 중기적으로 2%로 올라갈 거라는 확신을 가질만한 신호를 발견하게 될지도 아직은 의문입니다. 그래서 9월이 아니라 12월에 금리를 올릴 걸로 내다보는 시각도 만만찮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방기금시장이라는 단기자금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를 의미하는데 이 연방기금시장 금리를 반영하는 선물시장이 있습니다. 만약 12월에 금리를 올릴 게 100% 확실하다고 시장에서 판단한다면 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12월물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현재의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 원리로 연방기금금리 선물을 통해 시장이 특정 시점의 기준금리 수준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는지 역산할 수 있는데요. 그런 계산에 따르면 12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69.7%,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38.6%입니다. 지금 이 순간 투자자들은 오히려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금리를 언제 올리느냐 만큼 중요한 건 얼마나 올리느냐는 겁니다. 지난 2004년부터 2년 동안 미국은 1%이던 기준금리를 5.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꾸준히 계속 올린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도 2~3%포인트 정도 올라가는 데 그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경제의 체질이 과거보다 많이 약해져서 5% 안팎의 고금리는 미국 스스로가 견디기 어렵다는 게 이유입니다.

3.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은 미국의 경기가 금리를 올릴 만큼 충분히 좋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신호입니다.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미국 달러가치의 상승입니다. 전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달러가 아닌 통화의 가치는 떨어지겠죠. 우리나라로 치면 환율이 올라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최근 급격한 달러 강세로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렇게 환율이 오를 것이 예상된다면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돈을 하루라도 빨리 빼내는 게 이익입니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일 때는 한국 돈으로 1,000만원을 들고 있으면 그 돈을 1만달러로 바꿀 수 있었는데 환율이 1200원이 되면 1200만원이 있어야 1만달러로 바꿀 수 있게 되니까요. 만약 그냥 계속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돈을 까먹게 되는 겁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에 투자하던 돈을 빼내가면 환율은 더 오르고 가만히 있는 투자자들은 더 손해를 보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미국이 아닌 나라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려고 합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이런 이유로 전세계 외환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펀더멘털이 약한 나라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4.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 금리도 따라 올리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우리나라 금리도 따라 올라가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따라서 올릴 수 밖에 없겠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굳이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 환율이 크게 움직일지 아닐지는 우리나라 경제가 얼마나 괜찮으냐에 달려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이 넉넉하고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굳이 한국을 떠나지 않아도 되고 환율의 움직임은 미미해집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 규모로 꽤 크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신흥국들의 동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흥국 자금 이탈이 도미노 현상으로 번지게 된다면, 아무리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데요. 개인이든 기업이든 향후 금리 인상이 몰고 올 충격에 차근차근 대비해야 할 겁니다.

이진우 경제방송 진행자(MBC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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