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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화] ‘치즈 계란프라이’에 담은 우정

입력
2015.07.3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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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이슬람 사원 근처에 가끔씩 낮술이 당길 때 가는 곳이 있다. 일본의 한 여자 AV배우의 이름을 딴 상호. 첫 느낌부터 특이했다. 주인장은 여자이지만 남친인지 선배인지 썸 타는 사이인지도 모를 듯한 사이의, 디자인을 전공한, 안경 낀, 그다지 잘 생긴 건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욕심이 없어 보이는, 순하게 보이진 않지만 뭐든 다 들어 줄 것 같은)을 가진 남자와 함께 운영한다.

어두운 실내, 검은색 인테리어 그리고 뒤편 벽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벽을 뚫어 만든 창문, 그 창문을 통해 보이는 남산의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가히 낮술의 메카라고 칭해도 될 만큼 분위기에 먼저 취한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 우연히도 휴대폰에서 바이브의 ‘술이야’가 흘러나오고 있다 ㅋㅋ).

그곳의 안주들은 다 맛있는데 그 중 특이하게 ‘치즈 계란프라이’라는 게 있다. 그냥 계란프라이에 모차렐라 치즈를 넣고, 그 위에 파마산 치즈를 뿌려서 견과류와 마늘종을 얹어 나오는데 아주 맛나다. 고소한 계란프라이 맛에 쭉~ 늘어나는 모차렐라와 짭조름한 파마산 그리고 약간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마늘종까지. 그 곳을 처음 소개해 준 후배 지형태가 새삼 고맙다. 지형태, 김현욱 그리고 한 두 명 더. 이들과의 인연도 술로 시작이 됐다. 그것도 소위 얘기하는 ‘즉석 만남’으로. 우습다. 남자들끼리 즉석 만남이라니.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인사동에 친한 형이 운영하는 ‘식객’이라는 주점이 있었는데, 산악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 그랬는지 히말라야의 야크 젖으로 만든 야크치즈를 안주로 팔았다. 야크치즈를 마치 스위스 ‘라클렛 치즈’ 먹듯 구운 다음 얇게 썬 사과와 청양고추 살짝 올려먹는 것이었는데 맛이 정말 좋았다. 어떤 사람은 야크치즈 구울 때 나는 냄새(우리나라 멸치젓 다릴 때 나는 냄새와 거의 비슷하다) 때문에 못 먹겠다고 하는데 나는 그 향이 정말 좋았다. 치즈의 짭짤함, 사과의 달콤함,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완벽한 삼합을 이루는 맛이다.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거처인 포탈라궁 인근에서 팔고 있는 야크치즈. 출처=http://blog.daum.net/0123pyt/149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거처인 포탈라궁 인근에서 팔고 있는 야크치즈. 출처=http://blog.daum.net/0123pyt/149

어느 날, 야크치즈를 먹고 싶어 들뜬 마음으로 그 주점으로 갔는데, 맙소사! 치즈가 딱 떨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수 없죠 뭐. 그럼 다른 거 아무거나 주세요”하고 앉았다. 5분이 채 됐을까? 주인장 형님이 “태화야, 이리 와봐”하며 “아까 마지막 남은 야크치즈를 시킨 테이블이 있는데 거기 가서 같이 먹어. 내가 아는 사람들이야”하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야크치즈의 유혹도 있고 해서 얼떨결이지만 따라갔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내 입에는 그 꼬릿한 야크 치즈가 꼬릿꼬릿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얘기를 하다 보니 한 분은 영화 ‘실미도’ 시나리오에 도움을 준 사람, 그리고 그 중 또 한 분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외주 프로덕션 대표이자 PD였다. 공통의 직업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원래 알던 사람들처럼 금세 친해져 그날 밤을 지새웠다. 이후, 내가 야크치즈 얻어먹은 것을 갚기 위해 연극 공연에 초대해 다시 만남을 갖게 됐고 10년이란 시간을 한결같이 친하게 지냈다. 이제는 함께 일도 하는 사이다. 좋은 동생들이 생긴 건 참 좋았는데 이젠 어디 가서 야크치즈에 한 잔 하지? (음~ 주위에 야크치즈 파는 데 아시면 알려 주세요~ ^^)

야크치즈는 아니지만 이태원 낮술 집에서 ‘치즈 계란프라이’ 안주에 한 잔 하자고 동생들에게 전화 해야겠다.

배우 겸 요리사

치즈 계란프라이

* 재료: 계란 4개, 모차렐라 치즈 150g, 파마산 치즈가루 30g, 견과류 약간, 마늘종 1개

* 조리방법

1. 식용유를 두르고 계란 4개를 깨서 프라이팬에 올린다.

2. 계란프라이 흰자에만 모차렐라 치즈를 틈새 없이 메우고 뚜껑을 덮어 노른자가 완전히 익지 않게 굽는다.(프라이로 말하자면 반숙 상태)

3. 2의 계란프라이를 접시에 담고 프라이 전체에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린다.

4. 파마산 치즈를 뿌린 계란프라이에 견과류와 마늘종으로 장식해 완성.

서태화 '쿡스타그램' ▶ 시리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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