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부친 서명 지시서 공개 "나를 日 롯데홀딩스 사장 임명"
'쿠데타 아닌 아버지 결정' 주장
신동빈 측 "이사회 절차 안 거쳐 합법적인 문서로 볼 수 없다"
주총 표 대결 염두 세결집 나설 듯
동생인 신동빈(60) 롯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일련의 사태를‘쿠데타’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는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은 신 회장을 쫓아낼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서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직위 해임하고 자신을 포함한 4명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임원으로 임명하라’는 서명이 담긴 지시서를 공개했다. 당초 알려진 것처럼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등에 업은 장남의 반란이 아니라 신 총괄회장이 스스로 결정한 경영 사항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즉각 반박했다. 한국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신 부회장이 주장하는 지시서는 이사회의 절차를 거친 합법적인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양측의 주장이 사안별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주주총회를 통한 형제간 표 대결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신동주, "부친의 뜻일 뿐 쿠데타 아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가 신 총괄회장의 의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신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신 총괄회장이 직접 일본까지 가서 조치한 것일 뿐 억지로 부친을 일본으로 데려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롯데 관계자는 “일부 친족이 신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서 구두로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며 “(지시서를 볼 때) 신 총괄회장은 항상 문서에 도장을 찍지, 직접 서명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사업 보고에서도 “신 회장이 실적이 좋지 않은 중국 사업 등을 포함한 한국 롯데 실적을 아버지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신 회장의 한ㆍ일 롯데 통합경영 사실도 신 총괄회장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지난 18일 신 회장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해임을 지시했지만, 신 회장이 이를 거부하자 27일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해외 매출 11조원 중 30%가 중국 현지에서 이뤄질 만큼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사업에 대해 신 총괄회장이 부정적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주총 통한 표대결 불가피
신 전 부회장은 확보된 지분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을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의결권과 관련해 지배주주인 자산관리회사(광윤사) 지분 33%를 신 총괄회장이 갖고 있고 나는 2%에 못 미치는 지분을 갖고 있지만 직원 지분(약 32%)을 합치면 3분의 2가 된다”며 “신 회장의 의결권은 롯데홀딩스나 광윤사 모두 나보다 적다”고 전했다. 신 전 부회장이 부친과 손잡고 직원 지분까지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면 롯데그룹의 경영권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롯데 측은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과 이사 구두 해임시도를 무효화한 것은 우호지분이 우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표 대결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같이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진실공방은 결국 주주총회를 통한 형제간의 표 대결에서 확연히 가려질 전망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