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주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건설공사 이전 매장문화재 지표ㆍ발굴조사 검증 기간이 60일 이내로 단축된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문화재 분야 규제혁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김종진 문화재청 차장은 “그간 문화재 개발 관련해 문화재청이나 문화재위원회의 의사 결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규제개선을 통해 합리적으로 문화재를 보호하고 주변 이해관계자들과의 분쟁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문화재 주변 환경을 보존하는 기준으로 장소성 왜소화 조망성 마루선 일체성 등 다섯 가지 지표를 마련하되, 궁궐 사찰 전통가옥 명승지 등 26개 문화재 유형에 따라 이들 지표를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면, 규모가 방대한 궁궐이나 사찰은 바로 옆 건물의 크기를 규제하는 왜소화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사찰이나 사찰이 있던 자리에 세워지지 않은 채 홀로 떨어져 있는 작은 탑이나 불상은 먼 곳에서 볼 수 있는 조망성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란 문화재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청에서 설정한 문화재 주변 지역을 의미하는데 이 지역의 개발은 문화재위원회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박정섭 문화재청 보존정책과 행정사무관은 “민원인 입장에서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가 자의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며 “1년여 간의 연구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건설공사 이전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돼 있는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검증은 문화재위원회의 탄력적인 운용을 통해 기간이 크게 단축된다. 지금까지 매 달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대략적인 지표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해당 지역을 보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했는데 올해 12월부터는 주 1회 열리는 전문가 검토회의와 수시로 열리는 소위원회에서 문화재 보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문화재위원회가 발굴조사나 매장문화재 보존을 결정하더라도 이해관계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포함될 예정이다. 김종진 차장은 “과거에는 지표조사를 검토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80일이었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60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번 규제혁신안은 문화재 주변 개발을 추진하는 지역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매장문화재의 조사를 마치고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고고학자들이나 연구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혁신안은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의 검토를 거쳤고, 유적의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이나 과도한 문화재 주변 환경 규제를 개선하자는 취지에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다”고 해명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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