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직폭력배들이 동남아로 진출해 카지노를 운영하고, 우리 기업인들은 이곳에서 수백억원대 원정도박을 벌이다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상습도박 혐의로 상장기업 I사 사주 오모(54)씨를 구속 기소하고 또 다른 기업 사주인 정모(48)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다른 기업인 2, 3명도 많게는 100억원대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가 포착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오씨는 영산포파 행동대원 전모(51)씨와 원정도박 브로커 문모(52)씨의 알선으로 지난 해 6월 캄보디아 카지노 정킷(카지노 업체로부터 임대한 VIP용 룸)에서 60억원 상당의 칩을 외상으로 빌려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다. 1회 최고 베팅액이 7,000만원 상당으로 강원랜드 최고 베팅액(3,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오씨는 지난 1월에도 다른 중견기업인 임모씨와 함께 청주파라다이스파가 운영하고 범서방파 정모(65ㆍ구속기소)씨가 비호하는 필리핀 카지노 정킷에서 각각 30억원의 칩을 빌려 베팅액 1억2,000만원 상당의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문씨와 정씨 등은 정킷 운영자들에게 8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오씨에게 “도박 빚을 갚지 않으면 언론과 회사 직원들에게 원정도박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2013년 6~8월 범서방파 계열 광주송정리파와 충장오비파가 운영하는 마카오 정킷에서 12억원 상당의 카지노 칩을 외상으로 빌려 도박을 한 기업인 정씨도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앞서 범서방파 정씨 등 원정도박 알선에 가담한 조직폭력배와 브로커 등 10명을 기소하고 해외에 있는 3명에 대해 인터폴에 지명수배를 요청했다. 검찰은 기업인들을 고액 베팅 및 외상 도박으로 끌어들이고 빚 독촉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조직폭력배들의 원정도박 범죄로 인한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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