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퇴출 여부 시장기능 맡겨야"
대학 평가로 학생 정원을 줄이겠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첫 결과 발표가 다음달로 예정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이 같은 인위적인 정원 감축이 오히려 경쟁력 없는 대학의 생존만 연장시켜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거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0일 ‘수도권 정원규제와 대학 간 경쟁’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현행 대학구조조정정책은 대학 교육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학의 정원 문제는 정부가 정책수단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수요자(학생)의 선택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160여 대학을 평가해 A~E 등급으로 나눈 뒤 A등급을 뺀 나머지 대학에 등급에 따라 비율을 달리해 정원을 줄이겠다는 구조개혁평가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6월 1단계 평가를 거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30여 곳을 추렸으며, 현장 방문을 통해 2단계 평가도 마친 상태다. 최종 결과는 다음달 중에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앞으로 고교 졸업자보다 대입 정원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학 정원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재훈 연구위원은 그러나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당연히 퇴출돼야 할 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살아남게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평가 점수가 낮을 경우 정원을 줄이도록 강제하기는 하지만, 점수가 높거나 자발적으로 정원을 감축할 경우에는 각종 재정 지원을 해주겠다는 게 정부의 구조개혁의 골자. 어차피 학생들이 찾지 않아 정원에 여유가 있는 대학들로서는 정부가 제시하는 정원 감축 요구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정부안에 따르면 최하 등급을 두 번 연속 맞을 경우 퇴출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대학들의 거센 반발은 물론이고, 퇴출되는 학교법인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아직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정원을 줄일 여유가 없는 일부 인기 대학들은 정원 축소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당장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학의 현실상 줄어드는 학생만큼, 당연히 대학재정 감소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로서도 선호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고, 재정이 줄어든 만큼 이는 투자의 축소로 연결돼 재학생에 대한 교육 서비스의 질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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