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미생' 등 릴레이 히트
방송 5사 체제로 재편 주도 등 방송이면 방송, 영화면 영화 강자로
각 부문 자율 존중 4년새 순익 4배 ↑
2011년 초 업계 강자 CJ의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이 한 지붕 아래 집합한다는 소식에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술렁였다. CJ의 이름이 붙은 회사들은 영화와 방송에서 확고한 1위에 오른 상황이었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충무로를 삼분했던 쇼박스와 시네마서비스와의 오랜 전투에서 승기를 잡았고, CJ미디어는 케이블방송업계의 최대 라이벌 온미디어를 2009년 흡수합병하며 업계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한 동안 딴 살림을 꾸렸던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가 지주회사 깃발 아래 뭉치게 됐으니 CJ E&M의 출범은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최대 이슈가 될 만했다.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는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등장도 화제였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 2곳을 제외하면 매출액 1조원대의 기업이 없었다. 영화와 방송, 대중음악, 공연,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는 점에서도 지상파 방송과 달랐다.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가 한 회사 깃발 아래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예측은 현실이 됐다. CJ E&M 출범 이후 4년 동안의 경영실적은 눈부시다. 2011년 1조1,431억원이던 연간 매출은 지난해 1조2,327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이익도 587억원(2011년)에서 2,334억원(2014년)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CJ E&M이 4년 동안 이룩한 성장의 중심에는 김성수 대표이사가 자리잡고 있다. 김 대표는 영화사업부문, 방송콘텐츠부문, 음악사업부문, 공연사업본부 등 각 부문 대표들의 개성과 경영 방향을 존중하고 조율하며 CJ E&M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블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1인자
김 대표가 한국일보 선정 엔터테인먼트 산업 영향력 8위에 오른 데는 CJ E&M 대표라는 직위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 영화와 방송, 음악, 공연 분야에서 큰손 행세를 하고 있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총사령관이라는 위치만으로도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 김난숙 영화사 진진 대표는 “영화를 비롯해 문화 전방위에 투자하는 위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CJ E&M 출범 당시부터 중추 역할을 해왔다. 2011년 방송사업부문 대표로 CJ E&M 출범을 도왔고 같은 해 10월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공식적인 수장이 됐다.
김 대표는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사회 이력의 대부분을 채웠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의 방송본부장과 온미디어 총괄본부장, 온미디어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8년 동안 온미디어 대표로 일했다. 김 대표가 온미디어를 지휘하던 시절 온미디어는 케이블업계의 강자였다. 패션채널 온스타일과 영화채널 OCN, 투니버스 등을 앞세워 2006년에만 29% 가량의 매출 신장을 이룩했다. 2000년대 중반 “덩치는 CJ미디어, 실속은 온미디어”라는 말이 케이블업계에 나돌 정도로 온미디어 전성기를 구축했다. 김 대표가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의 수장이었다가 CJ미디어와의 합병 이후에도 방송사업부문 대표를 지내고 이후 CJ E&M 전체를 관장하기까지에는 이런 이력이 작용했다.
CJ E&M 급성장 주도
CJ E&M이 업계의 강자이긴 하나 손쉽게 시장을 확대한 것은 아니다. 회사를 위기로 내몰 뻔한 만만치 않은 변수도 있었다. 2011년 종합편성 채널 4개가 출범하면서 방송사업부문 위기설이 돌았다. 온미디어와의 합병 효과도 맥을 못 출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영화사업부문도 어수선했다. 신흥강자인 투자배급사 NEW(뉴)가 등장해 아성을 위협했다.
하지만 CJ E&M은 위기를 뚫고 더 강해졌다. 방송사업부문의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 이어 ‘미생’을 내놓으며 ‘드라마는 지상파’라는 속설을 깼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강점을 드러냈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를 릴레이로 히트시켰다. 중심 채널인 tvN이 지상파 방송 3사, 종편 JTBC와 더불어 ‘방송 5사’ 체제로 방송시장을 재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활동하던 스타 PD 나영석과 신원호, 작가 이우정 등을 스카우트해 공격적인 편성 전략을 내세운 덕분이다. CJ E&M이 방송업계의 강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데 김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CJ E&M 매출의 60% 이상을 방송사업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점도 김 대표의 활약과 무관치 않다.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다양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지상파를 뛰어넘는 케이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영화사업부문도 CJ E&M 설립 뒤 충무로 최강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는 역대 최고 흥행 1, 2위 영화를 동시에 선보였다. 1위 ‘명량’(1,761만4,079명)과 2위 ‘국제시장’(1,452만8,401명)의 흥행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진다.
이미경 부회장의 짙은 그림자
김 대표가 CJ E&M 선장으로서 장수를 누리고 있다고 하나 기업과 시장 내 역할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CJ그룹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반을 총지휘하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막후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1조원대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공식적인 수장이면서도 영향력 순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8위에 머문 것도 업계의 이런 인식을 방증한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 대표와 이덕재 CJ E&M 방송콘텐츠부문 대표가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김 대표의 한계를 부각시킨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부동의 1위 기업인 CJ E&M을 통해 지상파를 위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으나 이미경 부회장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인식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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