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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에 한시적으로라도 청년고용 할당제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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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에 한시적으로라도 청년고용 할당제 도입하자"

입력
2015.07.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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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 심각한 수준, 극약처방마저 꺼내야 될 상황

교육 개혁도 미스매치 해소 방법… 중장기 대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경제를 지탱시켜온 수출은 점점 내리막을 걷고 있고,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는 좀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곧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란 경고음도 커진다. 일각에서는 복합 위기라는 진단까지 내놓는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 중 가장 절박한 문제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했을 때 상당수 전문가들은 빙하기 진입을 목전에 둔 청년실업을 꼽는다.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않고서는 성장ㆍ소비 등에 악영향을 미쳐 다시 청년실업 문제를 증폭시키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용ㆍ노동 분야 전문가 8명은 3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청년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단기적 ‘충격 요법’과 함께 전면적 고용시장 구조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고용 할당제 한시적 도입 검토해야

청년 실업은 수출ㆍ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대기업ㆍ중소기업의 격차, 긴 노동시간, 산업과 괴리된 교육 등 많은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인 만큼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정년 연장과 사회진출 인력의 일시적 증가로 인한 수급 불일치로 4~5년간 극심한 고용 빙하기가 찾아올 것으로 우려되는 지금 상황에서는 불어날 대로 불어난 청년 유휴 인력을 단기간에 흡수할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심심찮게 거론되는 청년고용 할당제의 민간 적용에 대해 공감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다. 청년고용 할당제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일정 수 이상 청년 채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긴 기업에 패널티를 주는 방식으로 벨기에 등지에서 실시된 바 있다. 한국에서도 공공부문에서 청년고용 할당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청년 실업 증가에 따른 세대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과열되고 있어 ‘극약 처방’인 청년고용 할당제를 3년간 한시 적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민간기업에도 단순히 동참을 독려하는 수준을 넘어서 청년 고용 목표를 정해 할당량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소 과격한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정도로 청년 실업과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민간에 대한 직접 개입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공공기관부터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늘려 청년 노동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다만 이를 위해선 임금피크제를 넘어서는 전면적 임금ㆍ인사 체계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규용 실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줄일 수 있는 인건비는 얼마 안 돼 한계가 있다”며 “한시적으로라도 공공부문 임금을 조정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밖에 ▦청년 인턴과 정규직 일자리의 연계 강화(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ㆍ권태희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 취업 연계 강화(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을 시급한 대책으로 꼽았다.

취업 전선에서 유례없는 고전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보듬고 희망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을 특별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심리 상담과 구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ㆍ중소기업 격차 해소 없이는 청년실업 해결 요원

청년 실업 문제에서 단기 대책이 ‘링거 처방’이라면 중장기 대책은 ‘수술’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수술대에 올려야 할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ㆍ근로여건 격차를 꼽았다. “청년들이 근무환경이 좋은 대기업 취직을 희망하고 열악한 중소기업을 피하려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결코 ‘눈이 너무 높다’고 비난할 수 없다”(권태희 연구위원)는 것이다. 권순원 교수는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초임 근로자 임금 수준이 거의 같아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전혀 꺼리지 않는다”면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성과 공유를 확대해 대기업 대졸 초임은 다소 내리고 중소기업은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 2위를 다투는 초(超)장시간 노동 관행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았다.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고용 인원을 줄여 인건비 총량을 줄이려는 기업과, 연장 근무를 통해 임금을 더 받으려는 근로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따라서 기업과 근로자가 한 발씩 양보하지 않고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근무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에서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이규용 노동통계연구실장)는 지적이다.

교육도 수술대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7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을 낮추지 않고서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는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대졸자 수를 줄이고, 마이스터고나 전문대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김동원 교수) “대학이 계약학과 개설 등 기업과 산학연계 프로그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권순원 교수)고 강조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순원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고용 관련 예산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공공근로 등 단기 일자리에 투입된다”면서 “노사민정협의회 등 지역 협의기구를 활용해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지역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필규 연구위원은 창업 활성화를 중장기적 대책으로 제시했다.“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창업을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취업 패러다임을 창업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백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준비된 창업 ▦기술형 창업 ▦힘모아 창업(단체 창업) 등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여선애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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