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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70년, 화합의 詩 이어붙인 한중일 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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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70년, 화합의 詩 이어붙인 한중일 네 시인

입력
2015.07.3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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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앞사람 시 받아 시구 연결

내달 중순 낭독회 열고 각국에 발표

"은근하지만 영혼 움직이는 힘 있어"

요쓰모토 야스히로
요쓰모토 야스히로
김혜순
김혜순

“오는 8월15일 동아시아에서 정치적 담론들이 분출할 것입니다. 이럴 때 시(詩)라는 존재가 국가와 인종, 사상의 차이를 초월해 보편적 인간정신으로 화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정치의 언어에 대항하는 시의 언어는 은근하게 미소 짓지만 영혼 깊은 곳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으니까요.” (요쓰모토 야스히로ㆍ四元康祐).

전후 70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 일본의 3개국 시인 4명이 모여 ‘연시(連詩)’를 만들었다. 8월 중순에 일본에서 공개낭독회를 갖고 각 나라의 잡지에 발표한다. 독일에 사는 요쓰모토 시인이 이같은 제안을 하자 일본에서 타니카와 슌타로(谷川俊太郞ㆍ83), 미국에 사는 중국인 밍 디(明迪), 한국에서 김혜순(金惠順) 시인이 연달아 화답했다. 여러 시인이 앞사람의 짧은 시를 받아 차례대로 자신의 감상을 붙여 나가는 형식이다.

다니카와 슌타로
다니카와 슌타로
밍 디
밍 디

4명의 시인은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어 이메일로 소통하며 시구들을 덧붙여 나갔다. 이들 중 다니카와는 한국의 신경림 시인과 함께 둘이서 주고 받는 형식인 ‘대시(對詩)’를 짓기도 했던 인물이다.

‘3개국 연시 프로젝트’에 대해 요쓰모토 시인은 “태평양 전쟁의 끝에서 70년째를 맞은 지금 한중일 외교관계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으며, 정치의 장에서도 길거리에서도 대립과 증오를 부추기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 말들은 현실을 움직이는 실질적 힘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사기와 위선에 빠질 위험도 겸비한다”면서 “하지만 시의 말들은 다의적이고 분열보다 통합의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적절히 순서를 바꿔가며 4명이 5행과 3행의 시편을 교대로 덧붙여 갔다. 아홉 번을 반복한 끝에 총 36편을 제작했다. 세 바퀴가 돌 때마다 ‘바다’‘아름다움’‘태양’ 등 주제를 바꿔 설정했다. 각 시편은 먼저 각각의 모국어로 쓴 것을 우선 영어로 번역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2개 국어로 번역했다. 결국 4개 국어 텍스트가 동시에 창작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역사와 문화가 충돌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태양’을 주제로 한 시에서 앞머리를 맡은 다니카와 시인은 “일본에서는 국기를 히노마루라고 부른다, 백지 위에 진홍색 원만으로 굿 디자인”이라는 첫구로 시작해 “결코 깃발 흔들기 따위는 하지 않으리”로 맺었다. 시는 군국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것이지만, 한국의 김 시인이 “히노마루를 찬미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해 일본 측이 번역을 거듭하는 노력을 통해 시각 차를 좁혔다.

올 3월 첫 5개 행을 쓰면서 작업을 주도한 요쓰모토 시인은 “정치적인 메시지는 담지 않았다”며 “목표는 어디까지나 국경을 초월한 협동작업을 통해 다양하고 중층적인 단어의 그림과 시심을 나누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8월14일 오사카(大阪)시 주오(中央)구 오사카문학학교, 15일 도쿄 지요다(千代)구 동경당(東京堂)서점에서 함께 낭독회를 갖고 일본어로는 ‘현대시 수첩’ 9월호에 발표한다. 한국에선 ‘월간 현대시’ 8월호에 나간다. 영문은 로테르담의 국제웹진 ‘Poetry International Web’에서 8월15일 선보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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