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A(50)씨는 필리핀에서 필로폰 3.74ｇ을 몰래 들여오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인천국제공항 세관에서 적발한 A씨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필로폰 소포를 증거로 내세웠다. A씨의 부인에도 불구 경찰은 증거가 명확하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석방하도록 했다. A씨가 필로폰 밀수를 한다는 제보가 너무 정확한 점 때문에 일명 ‘던지기’ 피해자로 판단한 것이다. ‘던지기’는 마약 사범이 자신의 죄값을 낮추기 위해 죄 없는 이들을 수사기관에 허위 신고하는 걸 말한다. 마약 관련 수사 특성상 검거된 사범들이 공급책이나 다른 투약자를 알려주고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형량을 감경 받는 경우가 있는데, 가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을 이처럼 죄인으로 모는 경우도 있다.
A씨 역시 던지기의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A씨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약 사범 이모(43)씨가 함께 수감된 김모(51)씨와 감형을 받기 위해 꾸민 일로 드러났다. 이씨에게 A씨의 인적사항을 전달 받은 김씨는 필리핀에 있는 이모(46)씨를 시켜 A씨 집으로 마약을 보내도록 했다. 김씨는 또 다른 사람을 통해 경찰에 A씨의 밀수를 신고하게 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올해 1~7월 이씨처럼 허위 신고를 하는 등 사법질서를 어지럽힌 범죄자들을 집중단속해 무고사범 40명을 적발하고 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위증)로 26명을 적발해 16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억울한 피해자를 만드는 사법질서 교란사범은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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