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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꿈속 외나무다리

입력
2015.07.3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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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올리는 작품들이 평판의 도마에 올라갔다. 호불호가 왜 없으랴. 그런데 불호의 관점을 넘어서 비난을 즐겨 선동하는 분도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단위 대가들을 만날 때 난감하다. 그렇게까지 험한 글을 남길 까닭이 있을까.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굳이 입에 담거나 글을 쓸 까닭이 없지 않을까. 마치 조물주처럼 자신의 관점이 최고의 권위라도 되는 양 창작자와 프로덕션이 겪었을 고난과 형편은 아랑곳없이 칼날을 들이댄다. 그 속마음이 궁금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물어봤다.

제 작품을 왜 그토록 비난하셨습니까? 너무 못 만들었기 때문이오. 혹시 표를 사서 보셨나요? 그렇다면 환불을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모니터링을 해달라는 초대를 받았소. 그런데 그것을 본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스트레스도 받았기 때문이오. 그럼 제작자나 연출가를 만나 어필 내지는 충고를 하셨나요? 아니오. 왜지요? 그러기보다는 매체를 통해 기고하는 방법을 선택했소. 직접 당사자를 만나 충고하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보다는 이 작품을 선택할지 모를 선량한 잠재관객들이 나처럼 손해를 보지 않기를 더 바랐소.

당신이 좋게 본 작품은 반대로 추천을 하시겠지요? 당연하지. 그런데 당신에게 좋았던 그 작품을 본 관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비난한 적은 없나요? 없었소. 관점이 늘 옳으셨나요? 늘. 어떻게 늘 옳다는 사실을 아셨지요? 내가 좋아한 작품들은 거의 다 성공했으니까. 모든 작품은 아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다 성공했소. 혹시 이미 성공했고 검증된 작품만을 좋아하신 건 아닌가요? 아니오. 말씀하신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이오. 좋은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격려할 용의가 있소.

혹시 인생에서 기획한 일에 실패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당연히 있소. 하지만 나는 그 고난을 극복했기에 여기까지 왔소. 그래서 진심으로 잘하라고, 쓰디쓴 말일지라도 아낌없이 충고를 했던 거요. 저에게는 비난의 화살처럼 박혔는데 혹시 애정을 담아 충고를 하신 건가요? 그렇소. 나는 우리나라의 공연계가 진화하기를 바라오. 진심을 봤습니다만 그 진심 어린 충고를 저는 자꾸 거부하고 싶어집니다. 왜일까요? 마음이 삐뚤어졌기 때문이지. 마음을 비운다면 나의 충고가 들릴 거요. 잘 알겠습니다. 당신의 충고를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도 충고를 하나 해도 될까요? 당신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소. 왜지요? 당신은 보여줬고 나는 본 것을 평가하는 사람이니까. 그 평가의 권리는 누가 줬지요? 학위를 받았고 평론계에서도 권위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의 관점을 신뢰하오.

다는 아니네요? 모두가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면 때로 당신의 평가 때문에 피해를 볼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대다수의 정의를 위해서라면 나의 관점을 끊임없이 피력할 것이오. 대다수라는 말도 매우 모호한 경계에 놓인 말 아닌가요? 선량한 잠재관객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것도 교묘한 월권행위처럼 보이는데요? 저 같은 창작자가 받을 상처나 좌절을 생각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본질을 흩트리지 마시오. 당사자의 몫이겠지. 내 결론은 단 하나, 더 잘 하라는 거요.

몇 번 보셨나요? 한번만 봐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을 가졌소.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쓰시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요? 관객도 한 번 보지 않소? 하지만 당신은 비판적 잣대로 공론지에 기고를 하지 않으시는지요? 말 한마디가 미치는 파장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는 내 식대로 해왔소. 그래도 여전히 나의 말에는 권위가 있었소. 그러니 내 충고를 잘 새겨듣길 바라오. 네. 그런데 저는 정말 충고하면 안 되나요? 나는 당신에게 충고를 듣거나 비난을 들을 하등의 결점도 이유도 없소. 이만 비켜주겠소?

물러서 길을 내주는데 장자가 어깨를 툭 쳤다. 화이팅이여.

고선웅 연극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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