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사계절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화장품업계, 기술역량 총집중
화장품은 인체를 청결·미화해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물품이다. 이는 화장품법이 규정한 화장품의 정의다.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사용 목적답게 시중에는 수많은 종류의 화장품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반드시 사용해야 할 품목으로 단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피부과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자외선차단제’이다.
즉 외모를 아름답게 하고 피부와 모발의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화장품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자외선차단제’라는 것이다. 이는 곧 자외선이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한 피부의 가장 큰 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자외선(UV, ultraviolet rays)을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그 중 가장 위협적인 건 UVC. 하지만 UVC의 대부분은 오존층이 흡수해 지상에는 거의 닿지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UVA와 UVB다. UVA는 피부에 닿는 시점부터 태닝현상을 일으킨다. 파장이 긴 탓에 피부 진피층까지 침투해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를 파괴하고 탄력을 떨어뜨려 주름을 생성시키는 등 종합적인 노화현상을 불러온다.
UVB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커 피부 자극이 강하다. 때문에 일광화상의 원인이 된다. 또 기미와 주근깨를 악화시키고 자유전자기를 형성해 인체 노화를 부추긴다. 심할 경우 세포 유전자를 파괴해 검버섯과 피부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화장품 본연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화장품
인류는 자연환경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생존했고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화장품도 거친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발랐던 동물 기름 등이 시초며 이후 과학과 의학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오늘날과 같이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
자외선차단제 역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하는 필요에 따라 개발됐다. 사실 예전 사람들은 일광화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정체가 밝혀진 건 1801년 독일의 전기화학자인 요한 리터가 자외선의 존재를 발견한 이후다.
1928년에는 미국에서 에멀전 타입의 자외선차단제가 세계 최초로 시판됐다. 자외선의 가공할 위협이 점점 더 알려지고 상식이 되면서 자외선차단제는 외모를 꾸미는 화장품의 일반적 사용 목적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바르는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화장품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90.1%가, 남성은 56.4%가 선크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샴푸나 핸드크림 못지않은 높은 사용률이다.
화장품업계 또한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안티에이징의 핵심 요소가 ‘자외선 차단’에 있다고 보고 이 부분에 기술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행 국내 법 규정은 자외선 차단 효과를 지닌 제품을 미백, 주름개선과 함께 기능성화장품으로 분류해 제조·수입 시 품목별로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2014년 국내 기능성화장품 생산실적을 살펴보면 단일 기능성 품목은 총 1조 3,306억원 어치가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자외선 차단 제품의 생산실적이 절반이 넘는 7,518억원을 차지한다. 그만큼 자외선차단제의 수요가 많고 화장품업계 또한 각별한 공을 들여 신제품 개발에 열성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 간편하게, 더 강력하게, 더 안전하게
앞서 살폈던 2014년 기능성화장품 생산실적에서 실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품목은 복합기능성 제품이었다. 복합기능성 제품이란 말 그대로 자외선 차단과 미백, 주름개선 등의 기능을 2개 혹은 3개 모두 겸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1조6,438억원 어치가 생산돼 각각의 기능성 제품들을 합친 실적보다 더 많다.
이는 화장품 사용에도 편의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또 화장품 기술이 발전하면서 2개, 3개 혹은 그 이상의 기능과 효과를 한 제품에 구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됐기에 가능한 일이
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자외선 차단 기능은 자외선차단제 외에도 다른 스킨케어 품목이나 메이크업 제품에도 흔하게 채택되고 있다.
특히 ‘K-뷰티’의 원류인 비비크림을 비롯해 팩트, 파운데이션 등 베이스 메이크업 품목에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필수처럼 더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에 기술적 진보가 뒷받침되면서 자외선 차단 효과를 겸비한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인지, 베이스 메이크업 기능까지 지닌 자외선차단제인지 구분조차 애매한 시대가 온 셈이다.
다만 선크림을 비롯한 ‘정통’ 자외선차단제는 갈수록 ‘고(高) 차단지수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UVB를 차단하는 지수인 SPF의 경우, 집안이나 사무실 등 실내활동이 대부분이라면 10, 간단한 실외활동이 동반될 경우 10~30, 등산이나 해수욕 등 장시간 야외활동에는 50정도가 적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자외선차단제들은 대부분이 50이상을 뜻하는 ‘50+’를 구현하고 있으며 UVA의 차단효과를 나타내는 지수인 PA 또한 최고 수준인 ‘+++’인 경우가 많다.
이왕이면 보다 완벽하게 자외선을 막고픈 소비자들의 바람을 수용한 결과이나 실제 차단효과는 수치보다 바르는 양과 방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외선차단제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은 제형과 용기의 다변화다. 예전에는 자외선차단제하면 로션 타입의 내용물이 튜브 용기에 들어있는 형태의 선크림을 흔히 떠올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우더, 스틱, 젤, 스프레이 그리고 쿠션까지 그 종류가 다채로워졌고 실제 이들 품목에 의한 신규 수요 창출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크림, 로션, 밀크 제형의 제품이 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지만 지난해에는 스프레이 타입이 한창 인기를 끌었고 올해는 스틱 형태 제품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
소비자들은 제형뿐 아니라 성분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자외선 차단 효과를 구현하는 성분은 그 성격에 따라 크게 무기와 유기로 구분된다.
유기 성분으로 이뤄진 자외선차단제는 피부 표면에 닿는 자외선을 흡수해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열에너지로 분산시킨다. 때문에 화학적 차단제로 통칭되며 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에칠헥실살리실에이트, 호모살리에이트, 벤조페논-3, 아보벤존 등이 대표적인 성분으로 꼽힌다. 유기 성분 자외선차단제는 사용감이 비교적 산뜻하고 잘 발려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민감한 피부에는 자극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징크옥사이드와 티타늄디옥사이드와 같은 무기물 성분은 자외선을 반사하고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상대적으로 사용감이 떨어지고 백탁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으나 피부 표면에서 자외선을 반사시킨다는 점에서 차단력이 우수하고 안전성도 뛰어나 어린이를 비롯한 민감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양자 간의 장점만을 살려 유기와 무기 성분을 적정 비율로 배합·결합한 자외선차단제도 가능하며 실제로도 이같은 제품들이 시중에 여럿 출시돼있다. 다만 최근 화장품 구매선택의 기준이 안전성을 중시하고 자극 성분을 회피하는 것으로 기울면서 무기 자외선차단제가 선호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김도현 뷰티한국 기자 kbeauty7243@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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