重, 7분기 연속 적자 “생존 고민할 때”
車, “실적 부진 아랑곳 않는 요구 무리”
울산지역 초대형 사업장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올해 임단협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아 하반기 지역 노동계에 먹구름을 드리우며 사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7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 12차 교섭에서 임금조정안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제시안은 임금은 동결하고(호봉 승급분 2만3,000원은 6월 1일부로 인상) 성과급을 산출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지급, 안전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 등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대의원간담회를 열고 “사측의 조정안은 검토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라며 새 조정안 제시를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항의 표시로 29일부터 전체 조합원 정시 출퇴근, 연장근로 거부, 사내 서행운전 등 준법투쟁에 나서고 30일 정오에는 쟁의대책위원 전원이 본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반면 사측은 올해 경영환경이 악화돼 더 이상 조정안 제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29일 회사 소식지 ‘인사저널’에서 “6분기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와 하반기까지 실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영환경을 반영했으며, 지금은 생존을 고민하고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29일 일제히 2분기 실적을 공개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2,300억원 적자(연결기준)로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대규모 적자가 공개된 대우조선은 물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향후 해양플랜트 부문 손실로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상황이어서 향후 실적 손실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3조원대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지난해 털어냈지만 일부 프로젝트에서 계약변경(Change Order)이 발생하면서 1,000억원대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매출로 인식했지만 돈을 받을 권리가 확정되지 않아 발주처에 청구도 못한 채권인 대규모 미청구공사액으로 인해 하반기도 조선3사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7조4,600억원의 미청구공사액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경쟁업체인 한국GM과 르노삼성차가 노사협상을 완료한 상황에서 협상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부진했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한 1조7,509억 원을 기록한데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23.8% 하락한 1조7,904억 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기본급 7.84%(15만9,900원) 인상, 전년도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월급제 시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또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안에 대해서도 맞서고 있다. 이는 주간2교대 근무시간을 8시간+8시간(1ㆍ2조 8시간씩 근무)으로 바꾸자는 것으로, 현재는 1조가 8시간, 2조가 9시간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12년 임협에서 2016년 3월까지 근무시간 단축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으나 노조는 이 약속을 앞당겨 이행하고,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노동 강도가 세진다며 2,820억원의 설비 투자를 먼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ㆍ현대차 사측은 노조가 회사의 부진한 실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만 내세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8월 휴가 이후 속개될 노사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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