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파견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해도 차별대우를 받기 일쑤다.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원청업체들은 경영 사정 등을 이유로 불법 파견까지 감행하고, 자신들이 해야 할 파견 노동자 관리 책임마저 유령업체나 다름없는 파견업체에 떠넘긴다. 파견업체들은 파견기간 쪼개기 등의 방법으로 원청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폐업ㆍ창업을 반복하며 법적 책임을 회피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파견 노동자 몫이다. 원청업체의 차별 시정을 법에 호소한다 해도 근본적이고도 현실적인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배상 결정을 받아 쥔들 파견업체들은 이미 폐업한 상태고, 원청업체는 과태료 납부로 문제를 끝낸다. 결국 법이 보장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그제 원청업체도 파견업체와 함께 파견 노동자의 차별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또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징벌적 손해배상 명령제도를 처음 적용, 고의적ㆍ반복적으로 파견 노동자를 차별한 행위에 대해 원청ㆍ파견 업체에 차별액의 2배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만연한 원청ㆍ파견 업체들의 횡포와 정당한 대가도 못 받는 파견 노동자들의 현실이 감안된 판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 연장근로 제한 등의 책임은 원청업체, 임금 연차유급휴가 등의 책임은 파견업체가 지도록 한 파견법 34조를 기계적으로 적용, 임금 차별의 책임을 파견업체에만 물어온 기존 노동위원회의 관행을 뒤집은 점이 주목할 만하다. 중노위 판정은 원청ㆍ파견 업체에 파견 노동자 차별금지 의무를 함께 부여한 파견법 21조에 터잡은 것이지만 이를 파견 노동자 권리 구제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ㆍ적용한 점이 평가할 만하다. 법조문이 현실을 완벽히 다루진 못하더라도 입법 취지를 살려 제대로 적용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효성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결정은 보여준다.
최근 법원도 파견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우선시하는 내용의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시장에는 사내하도급과 파견의 애매한 경계, 원청ㆍ파견 업체 간 책임 구분 등을 놓고 혼선이 존재한다. 정부 여당이 하반기에 추진할 노동개혁의 핵심 사항으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거론하지만 비정규직ㆍ파견직 노동자들의 신분과 권리 보장을 강화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행위, 피해 상황과 함께 중노위 판정문의 취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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