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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연구 통해 한일 메신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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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연구 통해 한일 메신저 되고 싶어요"

입력
2015.07.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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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준(荒木潤ㆍ50).
아라키 준(荒木潤ㆍ50).

“경주 시내 주택가 한복판에 일제강점기 때 지은 서경사라는 일본식 사찰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일본 관광객들이 서경사를 보려고 경주를 찾아옵니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도시 경주에 살면서 한일 양국이 윈윈하는 메신저가 되겠습니다.”

아라키 준(荒木潤ㆍ50)씨는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경주를 잘 아는 일본인이다. 아스카문화를 꽃피우는데 결정적 영향을 준 신라 문화에 반해 자주 한국을 찾았던 그는 2011년 아예 경주에 눌러앉았다. 2012년 4월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유일한 외국인문화유산해설사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는 우연히 가게를 찾아온 포항MBC 관계자의 권유로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 생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에서 일제강점기 경주인들의 생활상과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경주의 옛 풍경’이라는 코너를 맡아 일본인들에 의한 엉터리 문화재발굴과 보수, 불법 반출 등에 관한 불편한 이야기와 함께 금관총 같은 유적이 일본인에 의해 빛을 보게 된 점, 서경사 같은 일본식 사찰이 일본 관광객을 불러모은다는 점 등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도쿄 토박이인 그가 한국, 특히 경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역사 공부를 위해 교토대에 ‘유학’하면서부터다. 아스카문화를 일으킨 일본 고대도시 나라(奈良)에 푹 빠진 그는 조선의 미를 높이 평가하고 이를 세계에 알린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를 졸업 논문 소재로 택하기도 했다.

대학 졸업후 유명 맥주회사에 취직해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1995년 처음으로 서울땅을 밟았다. 그 해 가을 한국의 경주를 찾았다가 나라와의 유사성을 발견하면서 매료되기 시작했다. 이후 일본으로 귀국해 사표를 던지고 한국어공부를 시작, 도쿄한국문화원에 취직해 7년을 일하다 아예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경기 성남시의 한국학중앙연구원 석ㆍ박사통합과정을 수료했는데, 연구주제는 일제강점기 서경사라는 절을 중심으로 한 경주 사회다. 그는 “일제강점기 경주에 관한 연구를 보면 일본인들에 의한 유적ㆍ유물 조사나 관광개발과 같은 것은 많은데 경주에 정착한 일본 이민자들에 대한 연구자료는 거의 없다”며 “서경사를 단서로 삼아 일본인들의 이민생활 등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공부할 때 만난 아내와 5년 전 태어난 딸과 함께 2011년부터 경주 남산 아래 통일전 인근 자그마한 한옥에서 살고 있다. 4개의 식탁을 놓고 일본식 카레와 우동을 팔며 경주 역사를 연구한다. 그는 “그 동안 해 온 일제강점기 경주 연구를 통해 한국인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찾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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