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은 배우 김희애(49)의 변신이 흥미롭다. 지난해 JTBC 드라마 ‘밀회’에서 보여준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의 우아함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다. 제자인 20대 선재(유아인)와 사랑이 빠질 정도로 빛나는 미모와 이지적인 눈빛은 잠시 숨겨둔 듯하다.
이번에는 형사다. 여러 드라마에서 화려한 패션을 보여주던 ‘드레 희애’의 모습은 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오로지 총을 들고 뛰고 또 뛸 뿐이다. 김희애는 내달 3일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에서 ‘범인 잡는 귀신’으로 통하는 강력계 형사 최영진을 연기한다. 김희애는 29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진행된 ‘미세스 캅’ 제작발표회에서 “내 나이에 들어오는 배역은 남편을 누군가에게 뺏기거나 아이를 잃어버리는 엄마 역뿐”이라며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활동적인 캐릭터여서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어느 새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김희애는 지난 10년 간 가장 변화무쌍했다. ‘부모님 전상서’와 ‘완전한 사랑’, ‘내 남자의 여자’ 등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통해 가정적인 주부나 불륜을 저지르는 여인 등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고, ‘밀회’에선 20대 연하남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했다. 20여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해서는 딸의 죽음을 견디는 모성(‘우아한 거짓말’)을 담담히 연기했다. 이런 그에게 그저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은 한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김희애는 그간 해왔던 연기에 더 힘을 주고 180도 자신을 바꿔 다시 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거친 액션과 입담은 기본이고 티셔츠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의 최영진을 100% 살려냈다. 살인범에게 “이 개 자식아!”라는 욕설을 서슴없이 내뱉고, 범인을 잡기 위해 악취가 진동하는 하수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그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캐릭터여서 좋았어요. 나이 많은 아줌마가 충을 들고 뛰어다니는 게 흥미로웠죠. 땀 범벅이 돼서 화장을 할 수도 없어요. 요새는 굉장히 (시청자들의)수준이 높으셔서 눈 감고 아웅하면 다 아시더라고요.”
김희애는 액션 스쿨에도 꾸준히 다니며 액션 연기를 펼칠 몸부터 만들었다. 극중 후배 형사로 나오는 이다희는 “액션 스쿨에서 (하루)2시간을 연습하고 하도 힘들어서 쉬겠다고 했더니 관계자 분이 ‘김희애 선배는 6시간을 하고 갔는데 뭐가 힘이 드냐’고 해서 깜짝 놀랐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김희애의 연기 욕심이 드러난 셈이다. “액션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는 김희애는 “액션 연기는 호흡이나 감정까지 넣어야 하니까 다른 연기에 비해 두 세배나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범인 잡는 모습에만 치중하는 역할은 아니다.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 나와 따스한 모정도 보여줘야 한다. 김희애는 “엄마와 모성을 연기할 때는 개인적으로도 찡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일과 육아를 겸하는 배우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엄마로서 직장을 다닌다는 건 굉장히 힘들어요. 두 아이를 키워봤지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저 역시도 일을 할 때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니 ‘빵점’ 엄마예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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